매일 아침 트럼프에 北보고서 올리는 베일 싸인 한국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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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앤드루 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버지니아주의 랭글리(Langley). 주택이 즐비한 4차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연갈색 간판 위에 조그만 글씨가 보인다. ‘조지 부시 정보 청사 CIA’. CIA 국장을 지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1999년 이름을 이렇게 바꿨다.

한적한 숲속으로 둘러싸인 CIA 본부에는 사각형의 메인 빌딩이 있다. 여기엔 북한의 도발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특별한 조직이 생겼다. 코리아미션센터(Korea Mission Center)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한국 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홍 대표 일행에게 90분간 브리핑을 진행한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인 KMC 센터장 앤드루 김이다.

“북한 관련 정보·공작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핵심 인물”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일반적인 평가는 있지만 앤드루 김의 신상과 행적은 베일에 가려 있다. 그와 다소 친분이 있거나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인사들도 “북한 정보를 총괄하는 센터의 수장인데, 사실 뭘 알아도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 “트럼프의 대북 핵심 조직 KMC”

미국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정보기관의 PDB(President’s Daily Brief)로 불리는 모닝브리핑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워싱턴의 아침은 PDB로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 정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아침 맨 처음 읽는 보고서가 CIA 보고서이며, 그중에 대북 관련 보고서가 첫머리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KMC는 직제상으로는 센터장이 부국장급인 CIA의 신생 부서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점과 북핵 이슈의 비중을 감안할 때 “KMC는 사실상 백악관 직속 조직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시아태평양 임무센터’나 ‘무기 및 비확산 임무센터’ 등 CIA는 2015년부터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무는 임무센터 10곳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KMC처럼 특정 국가를 전담하는 임무센터를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만 해도 대북 정보는 각 정보기관의 조각난 정보를 국가정보국(DNI)이 퍼즐 맞추듯 관리해 왔었다.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은 KMC 출범 당시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발 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CIA가 더 강력하게 지휘하고 노력을 통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앤드루 김, 북한 보고서 작성


매일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로 올라가는 북한 보고서의 작성자가 바로 앤드루 김이다. 앤드루 김-지나 해스펠(CIA 국장 내정자)-폼페이오로 이어지는 대북 라인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미국 정치에 정통한 한 국내 정치권 인사는 “미국 정부 내 정보기관에서 북핵과 관련해선 앤드루 김이 가장 설득력 있는 판단과 분석을 한다. 그는 대통령과 2주에 한 번 정도 독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생을 CIA에 근무하며 북한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던 그는 CIA 한국지부장과 아태지역 책임자를 거쳐 지난해 초 퇴직했다. 그러다 KMC 창설과 함께 현업에 전격 복귀했다. 그는 한국에서 고교(서울고) 1학년까지 다니다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 이름은 김성현이며 한국어에 능통하고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사람들은 사석에선 편하게 ‘앤디’라고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는 고교 동문일 뿐 아니라 오촌 외종숙(어머니의 사촌형제)과 조카 관계다. 정 실장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이종사촌 관계이기 때문에, 이 전 원장과도 혈연 고리가 있다. 공교롭게 서훈 국정원장도 서울고 출신이다.

○ ‘매파’ 성향인 듯

앤드루 김은 CIA의 북한 관련 실무자 중에 가장 높은 직책을 갖고 있지만 언론이나 대중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고 한국과 미국, 제3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도 상당 기간 한국에 체류하며 북한과 한국의 채널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방북(5일)하기 직전 앤드루 김과 극비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통 CIA맨답게 그는 냉정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로 철저하게 미국식 사고를 하며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성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그동안 보여온 강경한 대북 메시지와 용인술 등에 비춰볼 때 그가 ‘매파’에 가까운 대북관을 갖고 있을 것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한 미국 전문가는 “앤드루 김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해서 그가 미국 아닌 한국 편에 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얘기”라고 했다. 다른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3단계의 대북 매뉴얼이 있다. 첫째가 외교, 둘째가 CIA의 공작, 셋째가 전쟁이다. 현재는 공작 단계다”고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5월 정상회담 성공 여부가 향후 한반도 안보 지형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변곡점이란 얘기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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