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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조차 없는 스쿨존… ‘빵빵’ 경적에 놀라며 아슬아슬 등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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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조차 없는 스쿨존… ‘빵빵’ 경적에 놀라며 아슬아슬 등하교

서형석 기자 , 조유라 기자입력 2018-03-22 03:00수정 2018-04-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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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2> ‘안전’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교문 나오자마자 車 쌩쌩 5일 대전 서구 도마초교 주변 이면도로에서 승용차 한 대가 하교하는 어린이 사이를 지나고 있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빠아앙!”

5일 오후 2시 반경 대전 서구 배재로 도마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날카로운 경적소리가 울렸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앞에는 어린이 6, 7명이 컵떡볶이를 먹으며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양쪽으로 흩어졌다. 승용차는 아이들의 놀란 표정을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듯 교문 앞을 지나갔다. 마침 5, 6학년 학생의 하교 시간이라 주변에 오가는 어린이가 많았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지만 학생보다 차량이 대접받는 도로였다.

○ 인도 없는 스쿨존을 다니는 아이들

상가-차량 틈새로 학교 다녀 불법 주차 차량이 보행 공간을 차지하면서 하굣길 어린이들이 비좁은 차량 틈으로 걸어가고 있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도마초교 스쿨존 환경은 대전에서도 위험하기로 손꼽힌다. 학교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500m 안에 대학과 유흥가, 왕복 4차로 도로(배재로)가 있다. 도마초교 학생 703명이 다니는 공간이다. 하지만 어린이뿐 아니라 부모들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주변 도로 중 보도(步道·인도)와 차도가 분리된 곳은 배재로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차량이 시속 50km로 달린다. 게다가 도로 가장자리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광고판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도마초교 등하굣길은 마치 ‘미로 찾기’나 다름없다.

5, 6학년 하교 시간에 맞춰 스쿨존을 점검했다. 이 스쿨존은 배재로 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이면도로다. 승용차 1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넓이다.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인 채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피해 다닌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음식점과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내놓은 입간판도 셀 수 없이 많다. 길가에 내놓은 대형 쓰레기통과 양동이, 빨래 건조대 등 별의별 물건이 통학로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익숙한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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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집에 가던 5학년 최모 양(11)이 말했다. 함께 있던 친구 이모 양(11)도 “1학년 때부터 이렇게 다녔다. 얼마 전까지 정문 앞에서 공사를 해 큰 화물차도 피해 다녔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학교 정문 앞 도로 건너에 다가구주택이 들어섰다. 공사 내내 등하굣길을 어린이와 공사차량이 공유했다. 이날 역시 두 어린이는 도로 가장자리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 틈을 비집으며 집으로 향했다.

폭 좁아 통행 불편한 보행로 철제 울타리로 구분된 보행 공간을 어린이들이 걷고 있다. 폭이 좁아 두 명이 걸을 수조차 없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고 위험이 크자 학교 주변에 임시로 인도가 만들어졌다. 철제 울타리를 이용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한 것이다. 어린이 1명이 겨우 지나갈 폭이다. 게다가 인도가 시작되는 교문 앞에 커다란 전신주가 서 있어 어린이들을 차도로 내몰고 있었다. 통학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인도를 설치한 탓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학교 반경 300m 안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18건이나 발생했다. 사망사고는 없었지만 중상이 5건에 달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도마초교 등 사고 위험이 큰 학교 스쿨존을 개선할 계획이다.

○ 스쿨존 제한속도가 50km?

교통량이 많은 대로(大路) 옆에 스쿨존이 있는 경우도 있다. 21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노원구 동일로 수락초교 학생들이 학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 정문은 왕복 6차로인 국도 3호선 동일로와 맞닿아 있다. 동일로는 서울 동부지역과 경기 의정부시를 잇는 간선도로다. 하루에도 수많은 승용차와 화물차가 지난다. 이날도 출근길 차량들이 학교 앞을 빠르게 지났다. 이곳의 운행속도는 시속 50km로 지정돼 있다. 스쿨존 제한속도는 시속 30km다. 수락초교 앞 도로 역시 엄연히 스쿨존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도색됐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지역의 봉사단체인 ‘수락안전둥지회’ 회원들이 매일 학교 주변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회원 신무송 씨(84)는 “차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신경 쓰인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달리기도 하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다 싶으면 녹색 불에도 지나는 차가 많다”고 말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면 도색과 울타리 설치처럼 기본적인 조치에 만족하지 말고 학생과 학교, 지방자치단체가 각각의 상황에 대해 분석한 뒤 맞춤형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서형석 skytree08@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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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보도#경적#어린이보호구역#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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