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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조용히 가지 않겠다”는 오바마의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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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조용히 가지 않겠다”는 오바마의 으름장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8-03-21 03:00수정 2018-03-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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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과 트럼프 대통령. 폴리티코 사이트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정치문화 중 가장 부러운 건 전직 대통령들의 평온하다 못해 지루한 퇴직 생활입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선활동에 열심입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화가가 돼서 전시회까지 열었습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인권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 후 정치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발언도 삼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런 전통을 ‘deserve silence(전직 대통령의 침묵)’라고 합니다.

1933년 대통령 선거에서 허버트 후버 당시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는 루스벨트 후보를 맹렬히 비난했지만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침묵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물으니 “He deserves my silence”라고 답했습니다. “그(루스벨트 대통령)는 내 침묵을 누릴 자격이 있다.” 현직 대통령만이 국가를 이끌 자격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후 ‘전직 대통령의 침묵’ 전통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정책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이런 국민적 요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니까요.

오바마 전 대통령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딸들과 함께 조용한 퇴임 생활을 보내고 싶을 텐데 ‘전임 대통령의 침묵’ 전통을 깨는 역할을 하라고들 하니까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좌충우돌 헤매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거지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를 어떤 식으로 표현했을까요. 그는 지난달 민주당 의원 모임에 초대돼 이런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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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n’t go quietly.”

‘조용히 가지 않겠다’는 것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겁니다. ‘전임 대통령들처럼 정치무대에서 조용히 퇴장하지 않겠다’는 말이지요. “이제부터 당신의 잘못에 태클을 걸겠다. 각오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하는 겁니다. 다른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계속 워싱턴에 살고 있으니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적극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Obama Shouldn’t Go Quietly(오바마는 조용히 퇴장하면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의 업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당신은 조용히 사라질 것인가?”(Are you going to go quietly?)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 정치문화#전직 대통령의 침묵#deserve silence#허버트 후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바마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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