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밀린 팝송 띄워라, SNS 대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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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ana’, 어린이 등장 깜찍한 호소… 댄스곡 아닌데 댄스영상으로 홍보
영화번역가에 가사 번역 맡겨… 톡톡 튀는 자막 동영상 올리기도
‘HandClap’ 등 음원차트 상위권… “젊은층 사로잡을 방법 계속 개발”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를 옹알이로 재해석한 ‘뚜아뚜지TV’. 유튜브 화면 캡처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를 옹알이로 재해석한 ‘뚜아뚜지TV’. 유튜브 화면 캡처

‘하바나 우나나 호뽀마 허리뚜인 아빠나 운나나… 뽀잉 포에버 이어니잇.’

두 어린이가 팝송에 맞춰 노래한다. 곡명은 팝스타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 아이들이 들리는 대로 발음한 영어 가사는 옹알이 수준. 깜찍한 외모와 귀여운 율동에 유튜브 조회수가 35만 건을 넘겼다.

영국 가수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는 댄스곡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안무 팀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는 맞춤 안무를 창작해 댄스 영상을 만들었다. 3400만 건 이상 유튜브 조회수를 올렸다. 원곡엔 없지만 곡의 리듬에 꼭 맞는 춤동작들이 해외 팬들에게도 인기다.

요즘 젊은층에게 ‘이 팝송을 왜 좋아하게 됐냐’고 물으면 ‘TV나 라디오’라 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유튜브나 친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우연히 봤는데 너무 좋아서 빠졌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팝송 홍보도 이에 맞춰 새로운 방식과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 태권 안무, 아기들 패러디…모바일 콘텐츠가 팝송 전파 전도사

앞서 카베요의 ‘Havana’를 패러디한 두 어린이 어수아, 수지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미 유명인사. 윤종신의 ‘좋니’, 한국 여자컬링 선수단 패러디 등을 선보인 이들의 ‘뚜아뚜지TV’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는다. ‘Shape of You’의 춤을 만든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 역시 유튜브 팔로어 850만여 명을 갖고 있다.

팝송이 알려지는 경로는 TV와 라디오 외에도 많다. 한국 안무팀과 자신의 곡을 새롭게 풀어낸 덴마크 크리스토퍼. 유튜브 화면 캡처
팝송이 알려지는 경로는 TV와 라디오 외에도 많다. 한국 안무팀과 자신의 곡을 새롭게 풀어낸 덴마크 크리스토퍼. 유튜브 화면 캡처
이렇다 보니 팝 음반사 한국지사들은 파워 크리에이터들이 어떤 팝송을 택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음반사가 ‘선공’을 펼치기도 한다. TV와 라디오 프로듀서보다 이들에게 먼저 유망한 최신 팝송의 모니터를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튜브에서 한국문화 체험기로 인기 있는 ‘영국남자’, 각종 케이팝 안무를 태권도 스타일로 소화하는 안무단 ‘케이타이거즈(K-Tigers)’도 팝송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대개는 크리에이터가 자기 맘에 드는 팝송을 고르지만, 때에 따라서는 음반사가 100만 원 안팎의 예산을 써 ‘이 팝송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달라’고 의뢰하는 사례도 있다고 알려졌다.

○ 영화 번역가 참여한 팝송 자막 영상, 팝스타의 동네 소개도

워너뮤직코리아는 자체 제작에 적극적이다. 해외 가수가 내한하면 사내 직원으로 구성한 ‘팀 워너’가 직접 인터뷰 영상을 만든다. 팝스타의 고향을 소개하는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팬들의 질문을 무작위 추첨해 묻는 ‘워너 볼’ 같은 코너도 선보인다.

영국 가수 두아 리파가 한국에서 꼬마 ‘에블린’과 진행한 워너 인터뷰는 특히 엄청난 화제였다. 에블린은 걸 그룹 ‘아이오아이’ 멤버 전소미의 동생. 이 영어 인터뷰 영상은 해외 팬들도 공유하며 조회수 100만 건 이상을 올렸다.

영화번역가가 참여한 브루노 마스의 가사 자막 동영상.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영화번역가가 참여한 브루노 마스의 가사 자막 동영상.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영화번역가도 동원된다.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 ‘데드풀’의 재치 있는 번역으로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번역가 황석희 씨는 워너뮤직 의뢰로 뮤즈, 브루노 마스의 가사 번역을 맡았다. 이렇게 제작한 자막 동영상은 페이스북 등을 돌며 인기 게시물로 올라선다.

최근 가요를 누르고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피츠 앤드 더 탠트럼스의 ‘HandClap’, 시런의 ‘Shape of You’, 카베요의 ‘Havana’ 등은 이런 SNS 마케팅으로 현지를 능가하는 한국 내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팝송의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중고교생들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SNS에서 젊은층을 사로잡을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한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k팝#팝송#sns#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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