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시진핑 2기, ‘왕치산-왕이’ 힘의 외교… 경제는 美 유학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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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체제’ 파워엘리트는 누구?


장기 집권을 위한 절대권력을 확보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 7차 전체회의에서 부총리, 국무위원 장관급 인사까지 마무리했다. 시 주석과 ‘시진핑 오른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의 ‘시-왕(習-王)체제’를 이끌어갈 파워 엘리트 면면이 완전히 드러났다.

이날 발표된 후속 인사에서도 시 주석 측근이 대거 포진했다. 시 주석이 당·정·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총리는 4명 전원이 교체됐고 국무위원은 5명 중 4명이 바뀌었다. 장관급은 26개 부처와 국무원 비서 총 27개 부서 가운데 12명이 교체됐다.

○ 군사력 앞세운 힘의 외교 강화

외교부장, 국방부장이 나란히 국무위원(부총리와 장관급 사이)을 겸해 권한이 강화됐다. 지난해 10월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205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을 선포한 시 주석이 군사력을 앞세운 힘의 외교를 크게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유임되면서 국무위원으로 승격했다. 국익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고 보복도 불사하는 시진핑 시대 힘의 외교 선봉장 역할을 담당했던 왕 부장은 미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을 둘러싼 갈등,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 등에서 공격적인 언사와 자극적인 제스처를 숨기지 않았다.

주미대사 출신의 미국통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은 외교 담당 부총리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번 인사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가 공산당 핵심 지도부 정치국 위원(25명)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의 외교정책 결정 기구인 중앙외사영도소조 비서장 겸 판공실 주임을 맡아 공산당의 외교 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왕 부주석이 미중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사령탑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여 별도의 외교 담당 부총리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에 오른 웨이펑허(魏鳳和) 전략지원부대 사령원(사령관)은 군부 내 대표적인 시진핑 친위세력이다. 2012년 11월 시 주석 집권 이후 단행한 첫 장성 인사에서 상장(대장급)으로 승진했다. 당시 시 주석이 웨이펑허만을 위한 상장 승진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강군몽(强軍夢)을 위해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군부 반부패 투쟁을 앞세워 시 주석의 군부 장악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리커창보다 센 시진핑 친구 류허

시 주석은 부총리에 오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을 가리켜 2013년 5월 중국을 찾은 톰 도닐런 당시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 부총리에 대한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보여주는 일화다.

류 부총리는 1960년대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101중학교에서 시 주석과 만나 친구가 됐다. 2003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 임명된 뒤 중국 경제 개혁개방의 실무를 책임져 왔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석사(MPA) 학위를 받은 류 부총리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 4조 위안 규모의 부양책을 내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에 기여했다.

류 부총리는 공급 과잉의 불안정한 경제 구조 개혁과 채무·대출 과다의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시코노믹스’(시진핑식 경제)를 추진하는 책임을 맡는다.

애초 후보군이 아니었으나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장에 깜짝 임명된 이강(易綱) 런민은행 부행장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으로 류 부총리와 호흡을 맞춰 왔다. 왕 부주석이 부총리(2008∼2013년) 시절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마다 항상 이 행장을 대동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미 인디애나주립대 종신교수직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유명하다. 유임된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鐘山) 상무부장 모두 시 주석의 측근이다.

경제 금융 통화정책에서 류 부총리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상당 부분 권한을 류 부총리에게 넘겨 ‘총리보다 센 부총리’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리 총리는 당 상무위원 서열 2위이지만 실제 권한은 역대 중국 총리 가운데 가장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 사회통제 부서엔 모두 시진핑 측근

시 주석은 권력 강화와 장기 집권의 중요한 기반인 사회 통제 및 안정을 책임질 부처 수장 자리에 모두 측근을 앉혔다. 한국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은 국무위원을 겸하면서 위상과 권한이 높아졌다. 자오 부장은 시 주석 측근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최고지도부)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당 간부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까지 모두 사정 대상에 포함시켜 무소불위의 사정 권력으로 신설된 국가감찰위 초대 주임에도 시 주석 측근 양샤오두(楊曉渡)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가 임명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반부패 투쟁에서 당이 최종적인 통제력과 지도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한국의 국정원장)과 황수셴(黃樹賢) 민정부장(한국의 행정자치부 장관) 역시 시 주석과 왕 부주석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 차세대 리더들의 운명은

부총리에 오른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廣東)성 서기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 차기 지도자로 유력했다. 후 전 주석이 후견인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이다. 리 총리 역시 공청단 출신이다.

앞날이 창창해 보이던 후 부총리는 시 주석 절대권력 체제가 굳어지면서 지난해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해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후 부총리는 농업 상업 무역 담당으로서 시 주석에게 충성심과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에 부총리에 선임되면서 체면치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후 부총리는 시 주석의 측근인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와 차기 상무위원 진입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공청단 계열로 한때 차세대 리더로 거론됐던 51세의 루하오(陸昊) 헤이룽장(黑龍江)성장도 자연자원부 부장으로 중앙 정치에 다시 진입해 미래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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