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라이프] 똑똑하게 일하고 사생활도 지키고…‘역사와만났쏘카’ 성공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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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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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쏘카 여행가이드 권혁수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곳은 제가 군산 여행의 첫 코스로 들렸던 곳,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입니다.”

전북 주요 도시에서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차를 빌리면 배우 권혁수의 역사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역사와만났쏘카’라는 서비스다. 올해 1월 선보인 이래 두 달 간 20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숫자다.

누구 아이디어였을까?

시작은 호남사업팀 이경석 팀장이었다. 지난해 9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관광콘텐츠 사업자 공모’를 접했다. 이거다 싶었지만 혼자 하긴 어려웠다. 서울 본사 마케팅팀 등의 도움이 필요했다.

담당 부서장 결재를 받고, 부서장이 서울 본사 마케팅, 디자인팀장에 일일이 연락해 허락을 구하고, TF팀을 발족하고, 이 팀장이 서울로 출장을 떠나 발표하고…….

이건 정보기술(IT)을 모르는 회사 얘기다. 똑똑한 IT기능을 활용하면 줄 이은 결재, 회의, 출장을 줄여준다. 쏘카가 그랬다. 광주에서 일하는 이 팀장은 그냥 사내 게시판이자 메신저 역할을 하는 협업툴(업무용 소프트웨어)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렸다. 며칠 만에 16명으로 구성된 자발적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협업 툴에 ‘TF_한국관광공사공모’ 채널(게시판)이 생겼다. 본사 브랜드 마케팅팀은 배우 권혁수 목소리를 빌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브랜드 디자인팀은 자동차 외관을 호남 주요 관광지의 이미지로 랩핑(도배)하겠다고 의견을 올렸다. TF팀 16명은 지난해 10월 공모를 따냈다.

이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한 슬랙은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만든 e메일, 문서 공유, 대화 등 모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쏘카는 카톡 같은 개인용 메신저가 대화 내용, 공유 파일 정보를 장기간 저장하기 힘들다. 친구와 회사 업무가 얽혀 있지 않아 퇴근 후 ‘카톡 폭격’을 회사 차원에서 막을 수도 있다. 아이디어도 모은다.

“우버이츠(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 파트너로 직접 음식을 배달하고 돈을 벌어봤는데 서비스 장점을 쏘카에도 꼭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쏘카 부름 서비스 담당 이광빈 매니저)

쏘카의 슬랙에는 ‘#all_막던짐’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부서, 지위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든, 어떤 글이든 올릴 수 있다. 게시판 공지사항에는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막 던짐, 자기검열과 R&R(역할과 책임)은 잠시 잊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쏘카 관계자는 “본인 업무도 아닌데 왜 간섭이냐‘는 식의 비난, 힐난은 없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비스들이 쏘카부름(차 배달 서비스), 쏘카마켓(숙박, 외식 상품 장터) 등이다. 2011년 10월 설립된 쏘카는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협업 툴을 통해 부서 간 정보공유에 활용할 수도 있다. 다른 부서 업무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all_question_answer‘ 게시판에 문의해 담당자를 찾을 수 있다. 특급비밀(?)이 아닌 이상 웬만한 타 부서 업무 정보는 뒤져볼 수 있다.

권승욱 PR&소셜팀 매니저는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과거에 진행됐던 업무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협업 툴을 활용해 과거에 나눴던 대화와 각종 자료까지 볼 수 있어 업무를 빨리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기업용이라도 메신저 기반의 협업 툴이 업무의 중심이 되면 ’메시지 폭격‘에 시달리지 않을까 궁금했다.

”개인용 메신저에는 친구, 회사 사람 다 섞여 있으니 차단도 어렵고 그냥 다 얽히게 되지 않나요. 업무용은 스마트폰에서도 구동되지만 그냥 부재중이라고 나가면 되요. 퇴근하면 퇴근한 거죠.“

쏘카 관계자 말처럼 최근 쏟아져 나오는 협업 툴을 업무용 메신저에는 부재중 모드가 날로 진화 중이다. 네이버가 만든 ’라인웍스‘는 연동되어 있는 캘린더에 휴가 등 일정을 적어두면 저절로 메신저에 ’OFF(부재중)‘ 표시가 돼 메시지를 보낼 수 없게 했다. 스타트업 토스가 개발한 협업툴 잔디의 경우 ’부재 중 설정‘이라는 기능을 통해 업무시간이 지나면 알림을 끄게 할 수 있다.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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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용 소프트웨어 ‘협업 툴’ 전성시대…가장 큰 특징은? ▼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알볼로는 2015년 업무용 협업툴 ‘잔디’를 도입했다. 잔디 메신저로 업무에 대해 갑론을박하니 기존 e메일 커뮤니케이션보다 일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무엇보다도 팀장이 잔디에 업무내용을 공지하면 구성원들이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달 수 있게 해 회의가 대폭 줄었다.

최근 업무용 소프트웨어 협업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협업툴의 가장 큰 특징은 메신저 활용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대폭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주로 잔디(회사명 토스랩), 라인 웍스(네이버), 비즈메카(KT), 두레이(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협업툴들과 슬랙(슬랙 테크놀로지) 등 해외 협업툴들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협업툴이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일반 메신저와 가장 다른 점은 특정 시점(약 2주일)이 지나거나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이슈가 발생할 때 기존의 대화 메시지와 공유 문서들이 삭제되지 않고 영구 보존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아카이빙(파일 보관)’이 도드라진다. 특히 파일 이름 및 타입, 파일을 공유한 사람 이름 등만 알면 손쉽게 과거의 문서를 찾기 쉽도록 했다.

임직원 스케줄을 서로 공유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도 있다.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하자. 캘린더에서 참여 구성원들 스케줄을 확인해 모두가 빈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대에 회의 요청 메일을 넣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웃룩에는 이같은 기능이 있다. 스카이프포비즈니스 메신저에는 상대방의 현 상태(부재, 회의 등)를 확인한 뒤 메시지, 영상 통화 등 연락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도 빨라진다. 두레이에서는 해외 지사, 거래처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메신저, e메일 등을 보내오면 한국어를 포함해 4개 국어로 번역해 확인해볼 수 있다. 모바일 결재도 가능하다. 라인 웍스에서는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비용사용계획서, 경조사 신청서 등 기안을 올릴 수 있고, 결재까지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든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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