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폭로’ 김지은씨 “허위정보로 가족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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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편지 통해 2차피해 호소
“누가 만드는지 충분히 예측… 가족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
조민기 폭로자도 악플 시달려… 법무부-검찰, 대책마련 착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가 12일 공개한 자필 편지.
용기를 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여성들이 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성폭력 폭로 이후 자신들을 향한 2차 가해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는 12일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씨가 자신의 심경을 직접 정리해 변호인단에 배포를 요청한 것이다. 편지는 A4용지 2장 분량이다. 김 씨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캠프에 참여해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도려내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된다”며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큰 권력 앞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다. 예상했지만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 씨와 가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고 있다. 김 씨 폭로의 배후에 안 전 지사를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 씨 아버지가 대전지역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및 자유선진당 당협위원장이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과 전 선진당 관계자는 “당협위원장과 간부 명단에 김 씨 아버지와 같은 이름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저는 평범한 사람이다. 저와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 거짓 이야기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는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잡힐 것이라 두렵지 않다. 다만 제 가족에 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배우 조민기 씨(53)의 성폭력을 실명 폭로한 여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일 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난달 실명으로 미투에 참여했던 배우 송하늘 씨(28)의 페이스북에는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신 때문에 조민기가 죽었다” “미투 운동으로 배우를 죽인 살인자니 죄책감을 가져라” 등의 내용이다. 송 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악성 댓글을 캡처한 화면을 SNS에 올린 뒤 2차 피해에 대한 도움을 호소했다.

미투 참여자 보호 방안도 마련된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는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가 무고나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을 경우 공익 목적을 가려 불기소 처분을 적극 검토하라고 법무부와 검찰에 권고했다. 폭로 내용이 사실이고 공공에 큰 도움이 된다면 미투 참여자에 대한 처벌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다. 대책위는 또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자의 무고나 명예훼손 피소 사건 수사를 중단하는 등의 수사지침 마련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미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교육 강화를 권고했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 진술을 강요하고 범죄와 관련없는 내용을 질문하거나 가해자와의 무리한 대질신문으로 자칫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는 자칫 당사자의 수치심과 불안감을 키우고 수사기관을 불신하게 해 추가 증언이나 신고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 / 홍성=지명훈 / 김하경 기자
#미투#2차 피해#김지은#안희정#조민기#자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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