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헵번이 사랑했던 디자이너’ 지방시, 천상의 패션무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파리 패션 세계 중심으로 올려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입은 헵번의 리틀 블랙드레스 디자인
재클린 케네디 등도 즐겨 찾아
1995년 패션계 은퇴… 91세로 타계

세계적 패션 브랜드 ‘지방시’의 창립자인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타계했다. 향년 91세.

지방시의 동거인 필리페 브네는 12일(현지 시간) “지방시가 10일 잠을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지방시는 동성(同性) 파트너 디자이너 브네와 프랑스 파리 근처 고성(古城)에서 살았다. 브네는 성명을 통해 “지방시의 죽음을 알리게 된 것은 큰 슬픔”이라고 전했다. 브랜드 ‘지방시’를 소유하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 회장은 이날 “지방시는 1950년대 파리를 패션 세계의 정점에 올려놓은 창시자 중 한 사람”이라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지방시의 뮤즈였던 배우 오드리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에서 입고 나온, 지방시의 작품 리틀 블랙 드레스. 동아일보DB
지방시의 뮤즈였던 배우 오드리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에서 입고 나온, 지방시의 작품 리틀 블랙 드레스. 동아일보DB
지방시는 세계적인 배우 오드리 헵번이 사랑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지방시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알린 작품이 바로 헵번이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에서 입고 나온 리틀 블랙 드레스다. 이 드레스를 입은 헵번이 짙은 색 선글라스를 끼고 티파니 매장의 보석을 바라보며 빵과 커피를 들고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세기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드레스는 2006년 경매에서 영화 속 의상 사상 최고가인 8억5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1953년 시작된 지방시와 헵번의 우정은 40년 이상 지속됐다. 이듬해 헵번의 대표작이기도 한 영화 ‘사브리나’에서 헵번이 입었던 이브닝드레스를 지방시가 직접 디자인하면서 가까워졌다. 이후 헵번이 즐겨 입었던 의상은 대다수가 지방시의 작품이었다.

헵번 외에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윈저 공작부인, 그레이스 켈리 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이 지방시를 찾았다. 특히 케네디가(家) 여성들이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 때 모두 지방시의 옷을 입으면서 ‘상류층이 입는 우아한 브랜드’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방시의 슈트를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방시가 패션의 세계에 매료된 것은 열 살 무렵이었다. 프랑스 파리박람회에서 오트쿠튀르 디자이너의 작품을 본 그는 그날부터 보그 잡지에 나오는 의상을 따라 그리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17세 때인 1944년에 그는 파리의 일류 예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패션을 공부했다. 여러 부티크에서 경력을 쌓던 그는 1951년 파리 알프레드 드비니 8번가에 자신의 첫 부티크를 오픈했다.

당시 돈이 없어 비싼 원단을 구입할 수 없었던 지방시는 저렴한 흰색 원단을 디자인해 첫 번째 컬렉션을 열었는데, 이것이 지방시의 대표 아이템인 ‘베티나 블라우스’였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지방시는 명성을 얻게 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살았던 지방시는 1995년 패션계에서 은퇴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방시#디자이너#오드리 헵번#티파니에서 아침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