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안희정 캠프 구성원들 집단 성명 “캠프 내 성폭력·물리적 폭력 만연”
더보기

안희정 캠프 구성원들 집단 성명 “캠프 내 성폭력·물리적 폭력 만연”

박태근 기자 입력 2018-03-08 11:07수정 2018-03-08 13:35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노래방서 터치, 폭행, 노래·춤 강요 흔한 일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 맹목적 순종
비판적 의견 제기하면 묵살, 민주적 소통 불가

지난해 대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민주당 경선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김지은씨(33)를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는 뜻을 집단으로 밝혔다.

이들은 8일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김지은 씨의 인터뷰가 있고 나서 참모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긴 침묵에 빠졌다.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침묵을 바라보며, 김 씨와 두번째 피해자, 더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위해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안 전 지사의 지지자 그룹이 운영하는 트위터계정 ‘팀 스틸버드’가 전달받아 공개했다.

성명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희는 캠프 내에서 각자가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럼에도 그저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민주주의는 안희정의 대표 슬로건이었지만,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당시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낳았다”고 밝혔다.

또 “정작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다”며 “저희 역시도 그러한 문화를 용인하고 방조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죄책감마저 느낀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 “왜 거절을 못했느냐”,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정치적 목적이나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전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고 지적했다.

주요기사

아울러 “민주당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발표할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당헌과 당규에 따라 성폭력 방조죄로 간주해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 다음은 성명서 전문 ▼

저희는 안희정의 상습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씨와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안희정의 가치를 믿고 그와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앞에선 #미투를 운운하며 뒤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그의 이중잣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김지은 씨의 인터뷰가 있고 나서 참모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긴 침묵에 빠졌습니다.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김지은 씨의 용기를 지지하거나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두 번째 피해자에 대한 소식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참담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긴 침묵을 바라보며, 김지은 씨와 두 번째 피해자, 더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위해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희는 캠프 내에서 각자가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저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왜 우리가 한 번도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민주주의는 안희정의 대표 슬로건이었지만,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당시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낳았습니다. 정작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습니다. 저희 역시도 그러한 문화를 용인하고 방조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죄책감마저 느낍니다.

서로 이런 경험을 나누고, 김지은 씨가 #미투에 참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 동안 겪은 모든 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김지은 씨에게 #위드유로 응답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주십시오. “왜 거절을 못했느냐”,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정치적 목적이나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전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입니다.

둘째, 민주당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발표할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당헌과 당규에 따라 성폭력 방조죄로 간주해 징계하십시오.

셋째,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은 상습 성폭행 가해자 안희정의 성범죄 혐의에 관한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정치권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여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십시오.

김지은 씨는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김지은 씨를 지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공명정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고, 피해자와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2차 가해 내용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2차 가해 내용을 발견하시면 아래 메일 주소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김지은 씨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분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었다면 우리도 피해자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저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든 피해자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2차 가해 제보를 위한 메일 주소: withyoujieun@gmail.com

2018. 3. 8. 김지은과 함께 했던, 그리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부동산 HOT ISSUE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