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공장 폐쇄 군산은 사실상 재난지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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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가동중단 이어 GM까지…”
피해 현실화되며 지역 반응 싸늘… 군산市의원들 청와대앞 1인 시위

“군산은 사실상 재난지역이나 마찬가지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2일 세종시에서 만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까지 겹쳐 군산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주민과 근로자들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납품업체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군산에서는 재가동이 보장되지 않는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한 가운데 공장 매각 등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일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긴급 절차를 밟아 나가고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고용보험을 통한 고용안정 지원 등 취업 지원 종합대책을 수립해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총리는 24일 관계부처 차관들과 함께 군산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피해를 줄이고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실무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우선 군산공장과 전북도 내 134개 협력업체의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과 징수 유예 등 세제 혜택을 주고 고용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전기상용차 자율주행 기반 전진기지 구축과 스마트 해양 무인 통합시스템 실증플랫폼 구축 등 자동차 및 조선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특별대책을 건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역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군산시와 시의회, 지역 상공인들은 “GM의 일방통행식 처사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며 폐쇄 결정 철회와 공장 재가동을 촉구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의 위기설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제대로 된 실사 한 번 이루어지지 않은 채 GM차 팔아주기나 미국 본사 임원과의 만남 등 이벤트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20년 동안 회사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차 사주기 운동을 펴는 등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쏟아부었던 군산시민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은 “2006년 경기 화성시 매향리 미 공군 사격연습장이 폐쇄돼 대체사격장이 절박한 시기에 군산시는 옥도면 직도를 대체사격장으로 제공했다”며 “자국의 실리만을 챙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군산공장 폐쇄 지지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군산시의회 의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등은 이날 군산공장에서 노동조합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동영 의원은 “전북과 호남의 표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군산조선소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식언이었다”며 KDB산업은행이 10억 달러로 한국GM을 지원하는 대신 GM 본사 지분을 취득해 글로벌 생산전략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범로 전 한국GM노조 군산지회장은 “수년 전부터 노조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사측에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뭘 양보하고 희생해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아무 답이 없다가 일방적으로 폐쇄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육성현 노조 사무장도 “한국GM 군산공장은 미 자동차업계 ‘빅3’가 몰락할 때에도 연간 26만 대를 생산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는데 현재는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상권의 붕괴와 함께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자동차 및 조선 관련 학과를 개설한 지역 대학들도 초비상이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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