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신파와 최근 ‘한국적 신파’는 어떻게 다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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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학술회의

1400만 명이 넘게 본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는 “신파에 불과” “신파지만 괜찮네”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영화 자체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신파’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신파는 단순히 나쁘기만 한 것일까.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학술회의 ‘근대의 시간관과 학술사회’를 21, 2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연다. 이승희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발표문 ‘신파와 막장의 시간성’에서 ‘한국적 신파’의 역사를 살폈다.

발표문에 따르면 1910년대까지 신파극은 그저 ‘새로운 연극’을 두루 지칭했다. 그러나 1919년 3·1운동 이후 “객관세계에 대한 주체의 절대적인 무력감 속에서도 이를 완전히 수락하지 않는 주체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라는 ‘신파성’이 형성된다. 신파극의 주인공들은 관습, 가족, 제도, 식민주의, 자본주의를 비롯한 거대한 힘과 대결하면서 투지를 드러낸다.

이승희 교수는 “반면 최근의 ‘한국적 신파’는 공통적인 역사적 기억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인정과 가족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학술회의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발표가 진행된다. 한기형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구소설의 서사가 근대의 시간과 만날 때’라는 발표를 통해 일제강점기 ‘춘향전’과 같은 구소설이 널리 읽혔던 사실에 관해 분석한다. 그는 이른바 ‘구소설’은 식민지 하위 대중의 심상을 드러냈고, 근대적 문학 질서에 파열음을 냈지만 주류 문학사에서 배제됐다고 봤다.

이기훈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시대구분론의 파장: 역사단계론의 지식 지형’에서 1960년대 말 역사학계에서 벌어진 시대구분 논쟁을 회고했다. 이기훈 교수는 이 논쟁이 민족사 체계의 확립, 근대화에 대한 강렬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부응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됐지만 구체적으로 전개될 만한 이론적 공동 기반이 없었다고 봤다.

윤해동 한양대 교수는 ‘세계 시간과 국민국가: 한국의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정치권력이 기년법과 역법을 통해 시간을 지배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김백영 광운대 교수는 ‘식민지 근대 시공간의 오감도(烏瞰圖)로서 이상 시 읽기’에서 근대적 시공간으로 떠오르는 식민지 도시의 초상화를 이상의 시로 해석한다.

이 밖에 ‘문학에서의 역사와 반(反)역사: 이기영의 고향을 중심으로’(황종연 동국대 교수) ‘두 평양시간: 북한 특유의 시간인식’(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근대의 시간관과 학술사회#이승희 성균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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