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용 거부할 이유 없어” 서울대 총장 교수 임명권에 제동 건 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0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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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서울대 의대 임상교수 A 씨(44)가 대학 법인과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교수 임용 기회를 놓친 A 씨에게 정당한 지위(임용후보자)를 보전해주고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판결문과 서울대 등에 따르면 A 씨는 2013년 진료 조교수로 근무를 시작했다. 2015년 3월 의대 인사위원회는 한 교수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채용 공고를 냈다. 17명 중 연구 업적 등 평가를 거쳐 A 씨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남은 건 총장의 후보자 선정과 서울대 본부 인사위원회 심의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신규 전임교수는 각 단과대 인사위 심의 및 결정→총장의 해당 후보자 선정→본부 인사위 심의 및 결정‘을 거쳐 임용이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A 씨는 총장의 후보자 선정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교수 자리를 둘러싸고 특정 인사가 A 씨를 비난하며 투서를 낸 것이 문제가 됐다. 성낙인 총장은 당시 “교수 임용을 둘러싼 잡음이 많다”며 A 씨 추천 건을 본부 인사위에 올리지 않았다. A 씨는 이듬해에도 다시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같은 이유로 임용되지 못했다.

A 씨는 2016년 말 법원에 교수 임용 기회를 달라며 조정 신청을 냈다. 총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임용을 거부할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용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서울대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또 위자료 5000만 원도 청구했다. 9개월 만에 내려진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의대 인사위가 A 씨를 임용후보자로 선정하는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신 공정한 절차를 거쳤을 경우 총장의 권한은 개별 단과대 결정을 존중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번 판결로 A 씨가 후보자로 선정되면 피해가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어 위자료 액수를 1000만 원으로 정햇다.

서울대 측은 A 씨의 후보자 선정 여부는 본부 차원의 결정이지 총장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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