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학 범위, 이과 줄고 문과 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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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공청회

올해 고1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범위의 윤곽이 공개됐다. 이과 수능 수학은 쉬워졌지만 문과 수능 수학은 학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어 시험 범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교육과정은 쉬워진 반면에 수능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올해부터 새 교육과정을 적용하고도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해 종전 시험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정책 참사’로 인해 고1 학생들만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교육부는 19일 서울교대에서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관련 공청회를 열고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정책연구안을 공개했다. 이는 올 1, 2월 학부모와 학생, 교사, 대학교수 등 27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17개 시도교육청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사실상 최종안이다.

먼저 수능 수학 출제범위에 이과생이 주로 보는 ‘가’형 시험에서 종전에 있던 ‘기하와 벡터’를 빼기로 했다. 이 과목이 빠진 건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이다. 교육과정 개정으로 기하와 벡터가 ‘기하’로 과목명을 바꾼 데다 일반선택과목에서 빠져 이를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하면 학업 부담 경감이란 새 교육과정 취지가 퇴색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기하 제외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최임정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은 “기하는 이공계는 물론이고 경제경영학을 배우는 데도 필수적인 과목”이라며 “수능에서 빠지면 과목을 개설하지 않거나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아 대학 진학 후 학업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수학회 등 수학 관련 단체 총연합회도 성명서를 내 “4차 산업혁명에 핵심이 되는 기하를 출제하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대학에서 기하를 가르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새 교육과정상 고교 3년간 기하까지 모두 가르치려면 수학 수업시간이 급증해 현실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반면 문과 수학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문과생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에 그간 이과 과목이던 삼각함수 및 지수함수, 로그함수 등 함수가 대거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에 참석한 여욱동 대구달성고 교사(수학)는 “문과생들이 어려워하는 단원이 여럿 추가돼 학업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연구안에선 수능 국어의 시험범위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새 교육과정에 기존에 없던 ‘언어와 매체’라는 과목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언어는 기존의 문법에 해당하지만 매체는 여러 매체의 언어·문화적 상호작용을 배우는 새로운 단원이다. 정책연구팀은 “현행 수능 범위에 문법이 포함돼 있어 문법을 빼기는 어렵다”며 “그렇다고 ‘언어와 매체’라는 과목에서 언어(문법)만 반영할 수 없어 매체까지 포함하는 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교육과정과 수능 간 불일치가 수험생의 부담을 늘린 셈이다.

과학탐구는 지금처럼 ‘과학1’(물리1 지구과학1 생물1 화학1)과 ‘과학2’(물리2 지구과학2 생물2 화학2)가 모두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수능 개편 유예 발표 당시 교육부가 ‘8과목 중 2개를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과학2의 출제가 불가피해졌다.

한편 교육부는 EBS 연계율을 현재처럼 70%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교 수업 정상화를 위해 “EBS 연계율을 축소하거나 연계방식 변경을 검토하겠다”던 발표를 뒤집은 셈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임우선 기자
#수능#수학#이과#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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