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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우영]시장을 더욱 두렵게 하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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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우영]시장을 더욱 두렵게 하는 예고편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입력 2018-02-13 03:00수정 2018-0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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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최저임금 인상해도 양질의 일자리 부족해… 청년 고용문제 해결 안돼
미국 독일 일본은 민간 부문의 공급 늘려 해결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해법은 더 복잡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코끼리 싸움에 궁극적으로 초원이 사막으로 변한다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식량 개발에 한평생 헌신하셨던 원로 선배님의 회고록 중 ‘코끼리 싸움에 애매한 풀만 피해본다’로 시작되는 글 속에 소개된 격언이다. 거대한 코끼리들이 서로 싸우면 흙 위에서 자라던 연약한 풀은 사라지고, 땅은 메마르게 돼 구름과 비를 만들지 못하니 결국 초원은 사막으로 된다. 코끼리 이야기는 결국 생태계 종말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 전 국내 최대 규모의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 경제가 ‘희망하는 목표’와 ‘가능한 목표’는 구별을 해야 한다는 고언과 함께 시장의 제약 조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하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갈 것이란 쓴소리가 많았다. 이는 우리 노동시장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우려 속에서 한국공학한림원 신년포럼에 나온 국민경제자문회의 핵심 인사의 진솔한 고백은 차라리 반가웠다. “노동시장을 단순하게 본 측면이 있다. 소득이 적은 근로자가 매우 많으니, 최저임금을 올리고 정부가 부족분을 지원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 추진했다. 그런데 현장은 매우 복잡하더라.”

냉철하게 생각하면 지금 시장이 두려워하는 건 예고편 때문이다. 올해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체감 비용은 이미 최저임금 1만 원의 시대가 왔다는 충격, 그리고 지금 정치권과 정부가 앞다투어 내놓는 여러 예고된 정책의 신호와 급격한 일자리 지형 변화에 따른 선제적 반응이다.

일본은 1995년, 우리나라는 2016년을 기점으로 생산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단순하게 인구통계학적으로 노년 인구가 늘면 반대로 청년 고용이 늘어 10여 년만 기다리면 인구 구조가 비슷한 일본처럼 완전고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늘어난다는 가정이 전제될 때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청년층의 일자리가 없는 나라는 아니다. 청년 실업은 청년 모두가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여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대부분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강소기업에서 나온다.

민간 부문의 공급을 소홀히 하면서 수요 측면으로만 접근해서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양극화 해소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개혁의 모델을 선도했다. 고통을 분담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낸 사회적 합의와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독일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특히 제조 산업은 독일 경제 총부가가치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종업원 250명 이하 기업의 비율이 98%에 이르는 강소기업 ‘미텔슈탄트(mittelstand)’가 독일 경제와 양질의 일자리를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구조조정을 교과서대로 수행하여 기업들이 살아났고, 여기에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병행해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은 법인세 감세와 기업 유치로 실업률이 4%대로 하락했고 일부 기업에서는 감세로 인한 혜택과 수익 증가분을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로 직원들과 나누는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 우리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예고편은 일자리의 급격한 변화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고정된 ‘직장’의 개념에서 ‘노트워킹(knotworking)’이라는 유연한 ‘업(業)’의 시대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노트워킹은 매듭(노트)과 일(워킹)을 합친 말로, 풀었다 매는 게 자유로운 매듭처럼 쉼 없이 변화하는 목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일의 방식을 말한다.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이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이미 종업원이 사라지고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레스토랑 잇사가 출현해 체인점을 늘려 나가고, 계산원이 필요 없는 대형마켓 아마존고가 등장했다. 이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공공부문의 예외 없는 정규직화 및 급격한 일자리 확대 또한 몇 년 후에는 청년의 새로운 진입을 어렵게 할 어두운 예고편이다.

문득 서가 한편에 자리 잡은 한 권의 책 제목이 흥미롭다.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이 책의 부제처럼 ‘복잡한 세상도 심플하게 꿰뚫어보는’ 방정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일자리 생태계 현실은 교과서보다 훨씬 복잡하다. 지름길은 없다.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최저임금#일자리#청년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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