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석달뒤 최대규모 여진… 포항의 그 공포, 새벽잠 깨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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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규모 4.6 여진에 화들짝
포항 지진… 석달만에 또 철렁

《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난 지 석 달 만인 11일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한 직후에 일어난 여진(규모 4.3)보다도 컸다. 이번 지진은 모두가 고요히 잠든 일요일 새벽에 일어났다. 이날 오전 5시 3분 3초경 포항 북구 북서쪽 5km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경북 지역에서 최대 진도 5(거의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세기를 기록했다. 2016년 경주 대지진과 달리 한동안 별다른 여진이 없어 제 생활을 찾아가던 포항시민들은 다시금 공포에 휩싸였다. 》
 

11일 오전 5시 3분 발생한 경북 포항 여진은 규모 4.6으로 그동안 포항에서 발생한 여진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역대 여진을 통틀어도 2006년 9월 12일 경주 지진 일주일 뒤 발생한 규모 4.7 지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여진의 진앙은 지난해 11월 본진보다 남서쪽으로 4.3km 떨어지고 깊이는 9km로 본진보다 2km 더 깊었다.

일요일 새벽에 예기치 않은 지진을 맞이한 포항 주민들은 종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지난해 지진 피해를 본 140여 가구 300여 명이 3개월째 지내고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은 아침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새벽녘 동도 트기 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몇 초간 체육관 내 흔들림이 느껴지면서 잠을 자고 있던 이재민들은 놀라서 마당으로 급히 뛰쳐나왔다. 몇몇은 한동안 체육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한 이재민은 “새벽에 갑자기 진동이 일어나 너무 놀랐다. 일단 피하자는 생각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나왔다”고 말했다.

지진 강도에 놀란 나머지 의식을 잃은 이재민도 있었다. 체육관 2층에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하는 이모 씨(62·여)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오는 순간 갑자기 바닥이 심하게 흔들린다는 느낌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이 씨를 응급 조치하고 병원으로 옮기면서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심했던 학성리 망천리 등의 주민들은 승용차를 몰고 한동안 마을을 떠났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일부는 다시 흥해실내체육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포항시에 따르면 11일까지 이재민이 300여 명이었는데 여진 직후 500여 명으로 늘었다.

진앙과 비교적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장흥동 아파트단지에 사는 김모 씨(43)는 “새벽에 간편한 옷차림으로 대피하는 이웃도 많았다”며 “아파트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이용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경북도와 포항시에서 36명이 대피하다 넘어지는 등 경상을 입었고 승강기 멈춤이나 현관문 개폐 불능 등 79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번 지진은 오랜만에 발생한 큰 여진이었기에 주민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했다. 본진 이후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190회 이상 이어졌던 경주 지진과 달리 포항 지진의 여진은 총 91회 중 대부분이 지난해 11, 12월에 몰렸고 지난달 1일 규모 2.0의 여진이 발생한 후 한 달 이상 여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달 2일부터 갑자기 10여 차례 여진이 이어지며 불안이 커지긴 했지만 모두 규모 2.0대의 지진이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분석관은 “경주 지진의 경우 여진이 꾸준히 나타나면서 본진이 발생시킨 응력을 해소했지만 포항은 그렇지 못해 응력이 모이면서 한 번에 큰 규모의 여진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날 지진을 포항 여진이 아닌 별개 지진일 수 있다고 밝혔지만 기상청은 “그동안의 포항 여진 분포를 볼 때 그 범위 안에 있다”며 부인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포항 지진이 인근 다른 단층의 지진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이번 지진은 포항 지진과 같은 단층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의 최대 진도(상대적 강도)는 5(경북)로 분석됐다. 몸이 흔들리고 탁자 위 물건이 떨어지며 부실한 건물의 경우 일부 손상을 입는 정도의 세기다. 강원지역도 진도 2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한때 올림픽 개최 지역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진에 대비해 대부분의 경기장은 규모 6.0까지 견디는 내진설계를 완비했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이날 오전 6시 재난안전본부를 가동하고 부서별 현장 점검을 했다. 또 지난해 지진 이후 실시한 건물안전진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민원에 따라 당시 C, D등급을 받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 점검도 진행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 / 포항=장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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