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중심가 무료 놀이방·공공 산후조리원…日 육아천국 도야마 市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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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도야마 시장
모리 도야마 시장

22일 오전, 일본 동북 지역 도야마(富山) 현 도야마 시.

“얍!” 나카무라 사츠키(中村櫻月·2) 양이 소리를 지르며 실내 놀이방에 설치된 나무 미끄럼틀을 내려왔다. 딸을 바라보던 사나에(早苗·33) 씨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사나에 씨는 “6년 전 남편을 따라 수도권 가나가와(神奈川) 현에서 이사 왔는데 처음엔 아는 사람이 없어 막막했다”며 “첫째(4)를 낳고 거의 매일 놀이방에 와서 친구를 사귀고 선생님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놀이방에서는 에어바운서 등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것은 물론 의사, 보육사, 언어 전문가 등이 육아 고민을 상담해 준다. 24시간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사나에 씨는 “엄마가 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 상담을 통해 격려를 받았다. 도쿄(東京)처럼 어린이집 입소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둘째를 낳고 건강하게 기르고 있다”고 했다.

일본 첫 공공 산후조리원 방
일본 첫 공공 산후조리원 방

놀이방이 있는 도야마 아동 플라자는 시의 가장 중심지인 도야마 역 맞은편 건물 4층에 있다. 직원은 “신칸센도 다니고 교통이 편리해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아이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도야마 시는 일본 내에서 콤팩트 시티의 선두 주자다. 2002년 취임한 모리 마사시(森雄志) 시장은 인프라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심 순환 노면전차를 만들고 중심지 재생에 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시 전체가 보육을 총력 지원하는 태세를 갖췄다.

발달장애아 전용 시설
발달장애아 전용 시설

지난해 4월 문을 연 마치나카(시내)종합케어센터는 이런 노력을 한 눈에 보여준다. 3층에 있는 산후 케어 응접실은 일본 첫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모리 시장은 “일본에서 산후 우울증을 겪는 산모가 전체의 10%에 이른다”며 “산후조리원이 발달한 한국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호텔급 시설을 산후 4개월 동안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이용료는 세끼 식사를 포함해 7200엔(약 7만 원). 도쿄 민간 조리원의 4분의 1~8분의 1에 불과하다.

놀이방

2층에는 아픈 아이들을 보호하는 전문시설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면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사, 보육사가 출동하는 ‘마중 서비스’도 일본에서 처음 시행했다. 부모를 대신해 병원에 데려가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다시 데려와 오후 7시까지 보호해 준다. 보호자는 2000엔(약 1만9000원)에 택시비의 4분의 1을 더한 금액만 내면 된다. 마중 서비스는 당초 후생노동성에서 “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도야마 시가 3년 동안 설득해 허가를 받았다. 모리타 가쓰미(森田勝美) 간호사는 “수두 독감 등 보육원에서 맡기 어려운 전염성 환아도 맡아준다. 작년 4월부터 이용 실적이 58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노력의 결과 도야마 시는 지난해 전입이 전출보다 1353명 많아지며 인구 감소세를 진정시켰다. ‘아이 키우기 좋다’는 소문 덕분에 남편이 전근을 올 때 가족들이 함께 오는 경우도 늘었다. ‘여성 친화적인 직장’을 내세우며 호응하는 지역 기업도 늘고 있다. 140년 역사의 호쿠리쿠은행은 최근 10년 동안 여성 간부 비중을 1.1%에서 14.4%로 늘렸다. 은행에서 만난 곤도 요시에(近藤喜江) 씨는 “아이 3명을 낳고 3년 반 이상 육아휴직을 썼다. 주변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한파’로 한국어가 유창한 모리 시장은 “도쿄 등 대도시에서 대기 아동을 줄이려는 시도는 성공하기도 어렵고, 도쿄 집중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며 “보육을 지방에 맡기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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