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시민 환영 보니 공연 잘될것”… 정치적 발언은 자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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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점검단 서울 답사후 복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방남 이틀째인 22일 전날보다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강원 강릉에서 하룻밤을 보낸 호텔을 출발해 서울로 가기 위해 강릉역에 도착했을 때 시민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자 호응하며 손 인사를 했다. 그는 “강릉 시민들이 이렇게 환영해 주는 걸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KTX 안에서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냐”고 물으며 남한 사회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우리 측 안내원은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김일성, 김정일 배지’ 달고, 아메리카노 찾아


현송월은 전날 오후 8시경 정부 관계자들과 숙소인 강릉시 스카이베이호텔에서 안심스테이크와 왕새우 요리 등으로 만찬을 했다. 1시간 반 동안의 만찬에서 현송월은 와인 한 잔 정도를 마셨다. 호텔 방명록에 덕담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온 오솔길이 북남단합과 통일의 대통로가 되기를 바라면서’라는 내용이었다.

22일 오전 황태해장국 등 한식과 오믈렛 등 서양식이 혼합된 아침 식사를 한 현송월은 오전 9시 14분 임시편성 차량인 서울행 KTX(04072호)를 타고 강릉을 떠났다. 현송월의 왼쪽 상의에는 ‘김일성 김정일 배지’가 보였다.

일반인을 태우지 않아 한적한 차량에 앉은 현 단장은 설탕과 크림을 뺀 아메리카노 커피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전날 강릉아트센터에서도 “(믹스 커피처럼) 섞은 것 말고 아메리카노”를 찾았다. 하지만 열차엔 아메리카노 커피가 없어서 관계자가 자판기에서 에스프레소 캔 커피를 뽑아 줬다. “달지만 맛있다”고 했다.

현송월은 오전 11시경 서울에 도착해 송파구 롯데월드호텔 32층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제비집 게살 수프, 어향소스 가지 새우, 자장면과 짬뽕 등으로 구성된 13만8000원짜리 코스 요리였다. 현송월은 “짬뽕이 맵지 않고 맛있다”고 했다고 한다.

환송 만찬은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오후 6시 40분 시작된 저녁 식사는 오후 8시 33분까지 이어졌다. 이 식당은 고급 한우갈비 1인분에 최고 29만 원을 받을 정도로 고가의 식당이다. 현송월 일행은 한우등심, 양념갈비 등을 먹었다. 방남 1박 2일 동안 5끼 모두를 호텔에서 먹었다. 현송월은 이 식당에 “평창 올림픽이 평화롭게 치러지기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후 현송월은 공연 장소를 물색했다.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5분,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10분가량 시설을 살펴본 현송월은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1시간 넘게 머물며 시설을 꼼꼼히 챙겼다.

극장 내 음악 컨트롤박스 앞에 선 현송월은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까? 관현악, 관현악 음악으로…”라고 요청했다. 극장 관계자는 관현악으로 편곡된 아리랑을 1분 30초가량 틀었다. 극장 관계자는 “현 단장이 시설 상태에 대해 만족하면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 장소는 국립극장, 강릉 공연은 전날 2시간 반 동안 살펴본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해졌다.

○ 보수단체의 시위 힐끗 쳐다본 현송월

“우리가 온 오솔길, 통일 대통로” 방명록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강원 강릉시 스카이베이호텔에서 만찬 도중 방명록에 남긴 친필 문구. 스카이베이호텔 제공
“우리가 온 오솔길, 통일 대통로” 방명록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강원 강릉시 스카이베이호텔에서 만찬 도중 방명록에 남긴 친필 문구. 스카이베이호텔 제공
현송월 일행이 서울역에 도착한 오전 11시 5분경 역 광장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50명의 반북 시위가 한창이었다. 현송월은 왼쪽으로 힐끗 고개를 돌렸지만 경찰들이 벽을 쌓고 있어서 시위 현장을 자세히 목격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현송월이 오후 1시 40분 중구 장충체육관을 찾았을 때도 보수단체 시위대 5명이 확성기로 “현송월은 북으로 돌아가라” 등을 외치며 기습 시위를 펼쳤다.

현송월은 이날 오후 9시 50분경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북으로 돌아갔다.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간 것이다. 귀환 과정에서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현송월은 1박 2일의 방남 기간 내내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고 예술단 준비 업무에 집중했다. 북측의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을 찾기 전까지 올림픽 외 다른 남북 이슈는 당분간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릉·서울·파주=공동취재단 / 황성호 hsh0330@donga.com·황인찬·김동혁 기자
#현송월#방남#공연장#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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