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로 아내 기억 잃은 남편의 청혼…특별한 두 번째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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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22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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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터프 캡처
사진=스터프 캡처
“나와 결혼해 줄래?”

뉴질랜드의 60대 남성 마이클 조이스는 얼마 전 한밤 중에 아내 린다를 깨운 뒤 이렇게 물었다. 린다는 눈물을 참으며 남편의 두 번째 프러포즈를 수락했다. 린다는 그러면서 남편 마이클이 이 프러포즈를 내일이면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이클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두 사람이 이미 34년 전에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 했다.

최근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마이클 조이스(68)와 린다(64) 부부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게 된 사연을 전했다.

두 사람은 1984년 3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만났다. 당시 마이클은 전기수리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린다는 사촌에게 옆집에 사는 마이클이라는 남자를 꼭 만나보라는 말을 듣고 고장 나지도 않은 전기난로를 들고 마이클을 찾았다. 린다는 첫 눈에 마이클에게 반했고,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곧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의 첫 번째 결혼식이었다. 이들은 이후 뉴질랜드에 정착해 가정을 꾸렸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독립시킨 이 부부에게 고난이 닥친 때는 지난 2010년이었다. 당시 마이클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곧 언어장애도 찾아와 완전한 문장을 말할 수도 없게 됐다. 마이클은 서서히 기억을 잃어 갔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아내 린다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이런 마이클이 린다에게 프러포즈를 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린다는 당연히 전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남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마이클이 “그런데, 우리 결혼식은 언제 올릴까?”라고 물으며 린다의 손을 잡은 것이다. 아내에 대한 기억이 어디까지 돌아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마이클은 전날 밤 프러포즈를 잊지 않았다.

린다는 정말로 남편과 다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이번이 남편과 새롭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식을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여기저기서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이 부부를 돕겠다는 이들이 나섰다.

마이클과 린다는 지난 20일 오후 해밀턴 호숫가에서 친구들과 소수 지인들 사이에서 축복을 받으며 결혼 서약을 했다. 린다는 “많은 슬픔과 고통이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순수하게 기쁜 날”이라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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