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승강기 내리던 승객 날벼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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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 행복한백화점 6층서, 문 열려 내릴때 갑자기 크게 추락
승강기-벽면사이 낀 60대男 사망… 함께 탔던 19명은 무사히 구출

20일 오후 1시 53분 추락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의 사고 엘리베이터(왼쪽 것)가 21일 통제돼있다. 정다은 기자 dec@donga.com
20일 오후 1시 53분 추락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의 사고 엘리베이터(왼쪽 것)가 21일 통제돼있다. 정다은 기자 dec@donga.com

20일 오후 1시 53분경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조모 씨(66)는 1층에서 영화관이 있는 6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주말을 맞아 영화를 보기로 한 아내가 6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마음이 급했다. 6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조 씨는 안에 있던 20명 중 가장 먼저 문을 나섰다. 그 순간 ‘덜컹’ 하면서 엘리베이터가 2m가량 추락했다. 조 씨는 순식간에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와 벽면 사이에 몸이 끼었다. 이 사고로 조 씨는 가슴부터 골반까지 뼈가 으스러질 만큼 중상을 입었다.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에 14분 만에 구조됐지만 심장이 멈춘 상태였다. 조 씨의 아내는 6층 엘리베이터 주변을 서성이다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남편을 보고서야 사고가 난 것을 알았다.

조 씨는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끝에 10분 만에 맥박이 돌아와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6시간 만에 숨지고 말았다. 동아일보가 21일 만난 유족에 따르면 조 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했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급히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주말에 출근했던 흉부외과 의사 1명이 밤늦게까지 다른 수술 일정이 잡혀 있었던 것. 조 씨는 사고가 난 지 1시간 뒤 눈만 겨우 떴다가 30분 만에 마취제를 맞고 잠들었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하던 중 숨을 거뒀다.

사고 직전 부모님과 점심을 같이 먹은 조 씨의 딸은 “엄마와 주말 데이트를 한다며 들떠 있던 아빠가 이리 허망하게 가족을 떠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며 가슴을 쳤다. 이어 “2018년에 엘리베이터 사고로 사람이 죽었다는 게 너무 황당하다. 10분 전까지 같이 밥 먹고 얘기하던 아빠가 순식간에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조 씨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고립된 나머지 19명은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전 엘리베이터의 내부 전등이 꺼지자마자 추락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2m가량만 추락하고 멈춘 것은 줄이 끊어져 추락할 경우에 대비한 긴급제동 장치가 작동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2일 행정안전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조사를 벌인다.

경찰은 사고가 나기 한 달 전 실시된 승강기 정기 안전점검에서 3가지 결함이 발견된 것과 사고의 관련성도 확인하고 있다. 1999년 설치된 이 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2월 점검에서 ‘두 달 안에 문제점을 보완해 재검을 받으라’는 조건부 합격을 받았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검사성적서에 따르면 해당 엘리베이터는 본체와 층별 벽면 사이의 문 틈새가 기준보다 더 벌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상태에서 본체와 문 틈새 허용치가 최대 10mm이지만 이보다 더 벌어져 있었다는 것.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이나 최하층을 향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이동할 경우에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설계된 ‘파이널 리미트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점과 엘리베이터 속도가 기준보다 느리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전채은·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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