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정 대화 첫발 뗀 민노총, 청년실업 고통 외면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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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노사정 6자 대표회의’에 이달 중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6자 대표회의는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민노총과의 대화를 위해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제안한 비공식 창구다. 민노총 위원장이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난 것은 2007년 6월 이후 11년 만으로 20년 가까이 단절됐던 노사정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길로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노총이 이번 결정으로 당장 노사정위에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민노총까지 포함한 노사정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모여 노동정책 등을 협의하기 위해 신설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에 참여해 정리해고 법제화에 합의한 뒤 내부 반발에 밀려 탈퇴한 이래 19년 동안 참여를 거부해 왔다.

이번 6자 대표회의 참여 결정은 민노총에 대한 따가운 여론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조차도 “민노총도 적폐 청산 대상이 돼야 한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친(親)노동 정책을 내세운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 지침 등 이른바 ‘양대 지침’을 폐기했다.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지난해 10월 사실상 노사정위 복귀를 선언한 상황에서 민노총이 홀로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노사정이 대화에 나서는 것은 환영하지만 현안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시키는 산입 범위 조정과 기업 규모에 따른 단계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에 민노총은 반대하고 있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도 김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을 앞둔 이때 노정(勞政) 관계가 ‘파국’이라는 불편한 그림이 나오지 않기를 진정 원한다”며 근로시간 단축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민노총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내부의 반대를 설득해서라도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공약으로 내건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의 해결 역시 노동시장 개혁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해 또다시 이기적인 요구만을 한다면 더 이상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국민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김명환#민노총#노사정 6자 대표회의#최저임금#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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