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익 최우선” 기업들이 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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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투명성 강화 방안 잇달아 도입

재계가 주주 친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을 강화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18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일반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서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 계열사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주주 권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미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논의해 사외이사 중 한 명에게 주주권익보호담당 역할을 맡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성장전략을 주주들과 공유하고 주주 이익과 기업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한다는 회사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투명경영위원회는 기업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주 입장을 반영하는 기구로 사외이사 전부 또는 일부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먼저 투명경영위원회를 도입했다. 2015년 현대자동차, 2016년 기아자동차, 2017년 현대모비스 및 현대글로비스에 각각 설치됐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이사회 의결 안건 중 ‘재무제표 승인 건’처럼 형식적인 안건을 제외한 대부분 안건을 심의한다. 투명경영위원회 자체가 주주 권익 증대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중에서도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는 오로지 주주 권익만을 잣대로 사안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 경영진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을 높이겠다고 해도 주주 권익에 반한다면 제동을 거는 게 그의 역할이다.

앞으로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주주가 직접 추천한 사람 중에서 선임한다면 주주 권익 보호에 더욱 적극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밝힌 선임 절차를 보면 우선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주주들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주식을 1주만 가지고 있는 주주라도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자문단은 3∼5명으로 후보군을 추린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면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현재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가 없는 현대글로비스가 가장 먼저 이달에 후보 추천 및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2019년에, 현대모비스는 2020년에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에도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며 마찬가지로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는 주주 추천을 통해 선임한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진을 감시하고 주주를 대변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사외이사 등이 독립성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현대차그룹이 주주 권익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SK그룹도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했다. 지주사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와 협의를 거쳐 올해 주주총회를 3월 중 나눠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측은 “복수 회사가 동시에 주총을 여는 이른바 ‘슈퍼주총데이’는 주주 참여가 제한되는 부작용이 컸다. 주총 분산 개최는 주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3월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적용한다. 전자투표제는 주총이 열릴 때 주주들이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현장에 직접 참석하거나 타인에게 권리를 양도한다는 위임장을 써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절차상 번거로움 때문에 대부분 소액주주는 의결권 행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 중에는 아직 도입 사례가 많지 않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주주를 비롯한 외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이어간다면 향후 돌발 이슈가 발생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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