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불법고용 주무르는 ‘오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中메신저 통해 무자격 근로자 모아 ‘물량 떼기’로 높은 수수료 챙겨
원청업체는 비용 줄이려 눈감아

외국인 근로자는 건설 현장 일자리를 선호한다. 힘들고 위험하지만 임금 수준이 높아서다. 건설업 취업이 불가능한 외국인까지 몰리는 이유다. 허가받은 인력사무소들은 이 같은 외국인의 불법 고용을 꺼린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인력 공급업자인 이른바 ‘오야지’다. 건설사 하청업체와 계약해 불법 근로자를 대량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오야지는 일을 구하지 못해 시장 근처를 떠도는 무자격 근로자를 노린다. 먼저 “일이 필요하냐”는 말로 접근한 뒤 적당한 조건에 일자리를 소개한다. 그렇게 한 번 끈이 닿으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계속 연락하며 일자리를 알선한다. 경기지역의 한 인력업체 대표 정모 씨는 “공급업자와 근로자 모두 불법이니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인력시장이 인기다. 대표적인 것이 ‘위챗(WeChat)’이다. 위챗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다. 단속도 없지만 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위챗을 통한 ‘인력시장’은 오후 6∼7시경 열린다. 조선족 출신 오야지 A 씨는 “채팅 대화명에 ‘사람 구함/초보자/비자 상관없음’이라고 적어두면 알아서 연락이 온다. 10명 중 9명은 이렇게 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불법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한 온라인 모임에 접속하자 420명이 몰려 있었다.

불법 근로자들은 대부분 팀을 짜서 활동한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업무량을 기준으로 일하는 ‘물량 떼기’ 방식으로 일한다.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만 빨리 끝내면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임금은 오야지가 한번에 받아 개인에게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오야지들은 통상 10%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업계에서는 ‘벤츠 타고 다니는 오야지’ ‘한 달에 수천만 원 버는 오야지’ 같은 소문이 성공담처럼 돈다.

문제는 오야지가 불법 근로자를 데리고 다니며 낮은 임금을 받아 인력시장에 혼란을 빚고 있는 점이다. 서대문구의 한 건설사 직원인 박모 씨(49)는 “원청업체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효율성 때문에 묵인한다. 결국 내국인 근로자만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원청업체는 효율과 경제적 이익만 생각해 사실상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정다은 기자
#외국인근로자#불법고용#오야지#일자리#하청업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