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北 ‘평창 이벤트’, 내부 설득 안 되면 빛바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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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또 개막 전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열고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하기로 했다. 북한은 응원단 230여 명과 태권도시범단 3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에 걸쳐 대형 이벤트들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충북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에 훨씬 좋은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팀이 구성될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겐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은 앞서 “우리 선수들에게 분명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어떤 설명도 안 해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아이스하키팀을 오찬 헤드테이블에 앉히는 등 선수들을 다독였지만 어린 선수들이 대통령 말 몇 마디에 흔쾌히 수긍했을지는 의문이다.

남북이 개막식 공동입장 때 한반도기를 드는 것에 대해서도 야당은 개최국인데도 스스로 태극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반도기는 이미 1991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공동입장 때 9차례나 사용한 바 있고, 선수단 입장 첫 장면에 대형 태극기가 들어가는 만큼 ‘태극기 포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의 사전 설명도 없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남북 회담이니 이런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논란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온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못 박기 위해 치러야 할 불가피한 비용일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정치적 이벤트에 우리 선수들, 나아가 스포츠 정신이 희생돼선 곤란하다. 우리 사회 내부를 가르고 우리 선수들을 상실감에 빠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더욱 설득하고 다독여야 한다.

나아가 북한 대표단 방문과 체류비 지원 과정에선 국제적 대북제재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회의에선 유엔 대북결의를 넘어서는 추가적 외교행동을 고려한다는 성명이 채택됐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이 협상을 선택하지 않으면 스스로 (군사)옵션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들떠 제재·압박의 국제공조에 균열을 내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평창올림픽#남북 단일팀#문재인#틸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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