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 부작용 ‘폭탄 돌리기’ ‘벌주기’로는 해결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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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하도급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면 원청업체에 납품대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 하청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원청기업도 부담하라는 것이다. 그제는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위반으로 사업주가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도 하겠다고 나섰다. 임금 체불 사업자의 90%가 30인 미만 영세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고 어기면 엄벌하겠다는 사실상의 협박으로 들린다.

정부 대책이나 현실 인식은 안이하다. 최저임금을 보전해 주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사업주는 해당 업체인 100만 곳 중 0.12%에 그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고용보험 가입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신청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는 홍보 부족 때문이라며 “전기요금 고지서를 통해 제도를 안내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료, 카드사 수수료 인하로 어려움을 덜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민간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식의 처방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전체의 2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독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도 소득 양극화 해결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을 택한다. 하지만 한국은 25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고용 비중이 2014년 기준 약 12%로 그리스와 함께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임금을 좀 무리하게 올려도 버틸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닌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영세사업자 중심의 고용 구조다.

최저임금 부작용을 줄이려면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등 산입범위를 조정하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의 시기를 늦추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빈곤가구가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최저임금 후폭풍에 대한 우려와 지적을 어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처럼 “재벌과 보수야당·언론이 불평등과 양극화의 구조를 대대손손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저임금 부작용#하도급업체#일자리안정자금#소득 양극화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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