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 대통령 최측근도 “큰 부담이었다”는 홍위병식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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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문 대통령의 일부 열성 지지자들에 대해 “미안한 얘기지만 한편으로 큰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15일 펴낸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서 이른바 ‘문빠’의 배타적 폐쇄성이 당내 경선 기간 다른 후보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줬다며 “문 대통령도 온라인 토론과 댓글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데 고민이 깊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 열혈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권 핵심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여권에선 지지층의 도를 넘은 행태를 대수롭지 않게 대응한 게 사실이다. ‘문빠’가 아닌 ‘문파(文派)’라며 새로운 정치 참여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다소 지나치긴 해도 자유로운 의사 표출을 어쩌겠느냐는 식이었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악플 관련 호소에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면 피아(彼我)도 가리지 않는다. 집요하고 과격한 공격에 ‘문슬림’ ‘달(Moon)레반’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그게 현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자유는 다른 사람의 ‘양심의 자유’ 역시 보장하는 테두리 내에서 행사해야 마땅하다. 다수의 힘으로 상대를 겁박해 입을 틀어막는 방식은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 한 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올리려니 가족이 말리더라”고 말했다. 악플과 문자폭탄에 시달리면 자기검열에 빠지거나 위축되기 십상이다. 여권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막기 위해 ‘문빠’를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라는 자양분 위에 자란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국정 흔들기’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기인했다.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의 폭주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임을 여권은 기억해야 한다.
#문슬림#민주주의#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국정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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