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적폐청산’ 회오리 휩싸인 국가기록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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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사회부
노지현·사회부
민간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록물 관리 분야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고 국가기록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고 결론내린 근거로 2015년 3월 박근혜 정부 당시 박동훈 국가기록원장이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한 ‘현안 보고’ 문건을 들었다. 이 문건에는 ‘(관련) 22개 위원회 및 협의회(1095명) 중 문제 위원 교체(8개 위원회 20명)’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또 이상민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이 당시 세계기록관협의회(ICA) 동아시아 지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저지했다는 내용의 2015년 10월 문건도 제시했다. TF는 “권한의 한계로 인해 ‘문제 위원 8개 위원회 20명’ 명단의 실재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국가기록원에서 특정 인사를 차별, 배제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몇 시간 뒤 반박 자료를 언론에 보냈다. 박 전 원장은 이 자료에서 “‘8개 위원회 20명’은 실체도 없고, 이행(교체)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2016년 ICA 서울총회를 앞두고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위원을 어림잡아 20명으로 표현했을 뿐이어서 구체적인 위원회 명칭이나 위원 명단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박 전 원장은 “오히려 연간 300억 원이 넘는 국가기록원 민간위탁사업과 전문가 용역에 이번 TF 위원 등도 참여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TF가 전혀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TF 측이 블랙리스트를 권한의 한계로 찾아내지 못했는지, 아니면 정말 없어서 못 찾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TF가 ‘국가기록원이 특정 인사를 차별, 배제했음’에 대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TF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TF 위원장인 안병우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날 “그런 우려를 하지 않을 정도로 보고서를 만들어 후대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TF 위원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 정부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추정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국가기록원이 앞서 9일 역대 국가기록물 가운데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부실 관리됐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TF는 15일 MB 정부 초기 ‘봉하마을 국가기록물 무단 유출’과 관련해 국가기록원이 노무현 정부 측 인사들을 고발한 것이 청와대 지시였다고 발표했다.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국가기록원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바로잡습니다


본보 1월 16일자 A12면 기자의 눈 ‘’적폐청산‘ 회오리 휩싸인 국가기록원’의 “TF가 앞서 9일 역대 국가기록물 가운데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부실 관리됐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에서 부실 관리됐다고 밝힌 것은 (국가기록관리혁신) TF가 아니라 국가기록원입니다.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국가기록원과 독립적으로 활동한 민간 TF입니다.
#적폐청산#국가기록원#블랙리스트#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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