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표]‘역사적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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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60년대 인기를 누렸던 미국 배우 오디 머피.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 그는 미국의 전쟁영웅이기도 하다. 그는 1944년 프랑스 전선에서 독일군과 격전을 벌였다. 불타는 전차에 뛰어올라 50구경 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해 독일군 다수를 살상했다. 그는 이 공로로 미국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제대 후 배우가 되었고 자신의 체험담을 다룬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머피는 미 육군 3사단 소속이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작전명은 ‘충격과 공포’였다. 당시 전투 장면이 TV를 통해 미국에 생중계되었다. 사막에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바그다드를 장악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 선봉은 미 육군 3사단 병사들이었다.

▷미 육군 3사단은 1917년 창설됐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이탈리아 전선 등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50년 10월부터 6·25전쟁에도 참전해 커다란 전과를 올렸다. 미 3사단 병력이 다시 한국에 온다. 미국 조지아주 포트 스튜어트에 주둔 중인 미 3사단 제1기갑전투여단이 올봄부터 한국에서 9개월간 순환근무를 할 예정이다. 1954년 10월 본토로 돌아갔으니 64년 만의 한국 재배치다.

▷미 3사단 하면 흥남철수가 떠오른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 3사단은 동부전선에 배치됐다. 1950년 12월 중국군의 개입으로 동부전선에서 국군과 유엔군의 퇴로가 막히자 맥아더 사령관은 흥남 해상철수 명령을 내렸다. 미 3사단은 흥남 일대 중국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임무를 맡았고 12월 24일 철수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3사단은 1951년 5월엔 강원도 현리 전투에서 중국군을 물리치는 전과도 올렸다. 흥남철수와 현리 전투는 국군과 유엔군이 중국군의 인해전술을 이겨내고 전세의 주도권을 쥐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3사단 장병들은 장진호 전투와 원산상륙작전 등에서 1만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미 육군은 3사단의 한국 재배치를 ‘역사적 귀환(historic return)’이라고 부른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미국 배우 오디 머피#미 육군 3사단#역사적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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