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병원 신생아 4명, 오염 주사로 인한 패혈증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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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과수 부검 결과 발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오염된 주사제로 확인됐다. 숨진 신생아에게 투약된 주사제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것이다. 경찰은 당시 주사제 처방과 제조 및 투약 과정에 관여하고 중환자실 관리를 맡은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신생아 4명의 혈액에서 동일하게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12일 밝혔다. 이 균의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직접 사인이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가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폐나 방광, 혈액에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아 패혈성 쇼크로 악화할 위험이 있다.

문제가 된 주사제는 지난해 12월 15일 처방된 ‘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제다. 신생아에게 각종 영양성분을 제공하는 주사제다. 500mL 병에 담긴 주사제를 시린지(주사기에서 바늘을 뺀 나머지 부분)에 1인분(10∼20mL)씩 나눠 담았다가 같은 날 오후 신생아 5명에게 투약했다. 이 중 4명이 숨지고 1명만 살아남았다. 감염 경로는 두 가지로 좁혀졌다. 주사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취급 과정에서 균이 들어갔을 가능성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제 자체의 오염 여부를 검사 중이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역학 전문가들은 개봉 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감염’ 가능성을 높게 본다. 대용량 주사제를 여러 환자에게 나눠 쓸 땐 오염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제실 근무 약사가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주사제를 나눠 담아 중환자실로 보낸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에선 중환자실 간호사가 직접 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자체 역학전문조사팀에 참여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는 “주사제를 나눌 때 손 씻기 등 감염 수칙을 지켰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사제 1병을 환자 1명에게만 사용하고 남은 것은 버려도 병원이 손해를 보지 않게끔 건강보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주사제를 처방한 전공의와 이를 제조하고 관리한 간호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또 병원 내 감염 관리를 총괄하는 주치의 3명과 수간호사를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16일 숨진 신생아의 주치의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숨진 신생아 모두에게서 로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하지만 로타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에도 생존한 신생아가 있어 직접 사인으로 꼽히진 않았다. 다만 경찰은 “숨진 신생아에게서 발견된 공통된 문제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과 로타 바이러스 검출이다. 수사 과정에서 둘 사이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사망 전 복부 팽창 같은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 장염에 의한 사망도 원인으로 제기됐었다. 그러나 부검 결과 2명에게만 장염 소견이 내려졌다. 주사제 성분 오류, 투약량 조절 실패 등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처방이나 제조 과정에서 성분 배합 실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을 둔 병원을 상대로 안전 점검을 벌이고, 곧 의료 감염 중장기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 탈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검 결과 의료 과실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해 12월 2018∼2020년(3기) 상급종합병원 명단 발표 때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조건희 기자
#신생아 사망#이대병원#주사#오염#패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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