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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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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8-01-13 03:00수정 2018-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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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 시절 대통령 생일 축하 행사는 서울운동장 같은 거대한 장소에서 열렸다. 남녀 고교생 수만 명이 참가한 매스게임이 열리고 여고생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이 대통령 본인이 원했든 측근들이 부추겼든 대통령이 한 정파의 지도자가 아니라 전 국민의 지도자로 표상돼 국민 전체가 생일을 축하하는 모양새가 이뤄졌다. 민주 정치에서는 오히려 전체주의적으로 비치는 그런 행태가 이승만 몰락의 원인(遠因)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어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봤다. 활짝 웃고 있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1953년 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패널이 에스컬레이터의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아이들의 목소리로 ‘Happy birthday to you’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지하철 이용객 중에는 문 대통령 지지자도 있고 반대자도 있다. 반대자들은 불쾌감을 느낄 것이고 지지자라도 열렬 지지지가 아닌 이상 지나치다고 느낀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발적인 광고인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성형광고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지나친 성형광고가 판단력이 제대로 서지 않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성형광고는 자발적이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집권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냈다면 어땠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생각해볼 능력이 떨어지거나 ‘내로남불’이다.

▷왕조 국가도 아닌데 국가 지도자의 생일을 지지자들의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지지자와 반대자가 섞여 있는 공공장소에서 축하한다는 발상은 퇴행적이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민의 대표자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한 정파의 지도자다. 이 긴장관계가 허물어진다면 건강한 민주 국가가 못 된다. 대통령 생일 광고 정도는 가벼운 퇴행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퇴행이 문 대통령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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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대통령 생일 축하#문재인#생일 축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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