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중증외상센터 ‘깜짝 관심’ 그쳐선 안돼…올해도 어떻게 버틸까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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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단계, 즉 병원 밖 사회 공공분야의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단계, 즉 병원 밖 사회 공공분야의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중증외상센터에는 의료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근본적 문제가 담겨 있어요. 바로 ‘마에스트로(전문가에 대한 경칭)’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아일보 및 채널A와 공동 인터뷰를 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49)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장인정신’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의료 분야뿐 아니라 목공이건, 금속공예건 오랜 시간 진정성을 가지고 한 분야에서 장신정신을 발휘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더스트오프 팀을 보면 폭우 등 악천후 때는 비행을 제일 잘하고 숙련된 선임 장교가 직접 조종을 한다. 이는 군인정신이라기보다는 장인정신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국회의원 모임인 ‘포용과 도전’은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를 살리는 데 기여한 주한미군 의무항공대 ‘더스트오프’ 팀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더스트오프 팀에 감사패 전달은 이 교수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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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2003년부터 더스트오프 팀과 함께 일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등 동기부여가 됐다”며 “중요한 순간 리더들이 뒤에서 명령만 내리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우리 사회에선 리더들의 솔선수범이 부족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자신도 2002년 외상외과로 발령받기 전까지 평범한 외과의사의 삶을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외상 분야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열악한 현장 상황과 부실한 공공의료시스템 등 사회안전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 씨 치료로 관심이 높아진 국내 중증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와 열악한 환경이 ‘깜짝 관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2011년 아덴만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할 때 중증외상 치료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중증외상센터는 ‘사회안전망’입니다.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우리 사회의 기반을 만드는 분들이 중증외상을 당할 가능성이 가장 커요. 이분들이 다쳤을 때 잘 치료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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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오 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북한 체제의 잔혹성과 공공보건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아무리 탈북을 했어도 함께 근무한 동료인데, 어떻게 경고사격이 아닌 수십 발을 조준 사격합니까? 그런 체제는 오래 갈 수 없다고 봅니다. 회복 중이던 오청성이 북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했지만 제가 말렸어요. 아픈 기억이 떠오르면 회복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이 교수는 “오청성에게 ‘전염병 검사 등 각종 검진을 군에서 받았느냐’고 물어보니 생전 처음 듣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며 “북한 내 공중보건 시스템이 아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게 새해 포부를 물었다. 그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사실 새해가 시작되면 두려움이 더 큽니다. ‘올 한해는 어떻게 버틸까’ 하는 걱정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버텨봐야죠.”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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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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