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국제사회 가치 공유 못하면 누가 함께 가겠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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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보여준 중국 정부의 무례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실체를 보여준다. 국빈 방중 첫날부터 최고 지도부가 일제히 자리를 비우는가 하면 서열 2위 리커창 총리는 어제 오찬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늦은 오후 면담으로 대체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경호인력이 한국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는 기자를 집단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공산당 독재 체제인 중국이 시장경제 도입과 개혁·개방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자유 등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환상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중국 방문 사례가 대표적이다. 트뤼도 총리는 중국 지도부에 노동자 보호와 환경권을 강조하는 진보적 자유무역협정을 권유했지만 중국 측 대답은 “조용히 문 닫고 가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식 시장경제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맞서 중국은 국가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인 ‘베이징 컨센서스’를 권위주의 국가들 사이에 확산시키는 모습이다.

대외관계에서도 중국은 막대한 음성자금과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인과 매수, 강압을 동원하는 이른바 ‘샤프 파워(sharp power)’ 활용 외교다.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나 문화적 매력이나 가치관 같은 ‘소프트 파워’와 달리 비밀공작 같은 조종과 압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묘한 방식이다. 최근 호주에서 친중파 상원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관련 있는 기업인과의 유착 의혹으로 사임한 뒤 정치인의 외국계 후원 금지 법안이 발의된 것도 중국의 샤프 파워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을 보여준다.

특히 마오쩌둥에 비견되는 권력을 굳힌 시진핑 체제 들어 중국은 더욱 거침없이 완력을 휘두르고 있다. 영토 분쟁이 한창인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한 것도 모자라 비밀리에 지하터널과 레이더 시스템 등 군사 시설물을 설치한 사실이 미국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이번 문 대통령 방중 때 드러낸 중국식 ‘길들이기 외교’도 힘을 바탕으로 한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할 일을 한다)’의 일단일 뿐이다. 손님에 대한 무례까지도 치졸하게 외교적 압박에 이용하는 중국의 본색을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아무리 덩치 큰 대국을 이웃으로 둔 우리나라의 현실이라 해도 최소한의 국격(國格)은 생각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베이징대 연설에서 시 주석의 ‘민주법치를 통한 의법치국(依法治國) 의덕치국(依德治國)’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난다”는 다음 대목일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까지 중국에 헛된 기대를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지내야 하는 ‘운명적 동반자’일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의 상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우리와 지향하는 가치가 같은 ‘진정한 동반자’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중국 정부 무례#리커창#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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