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정상회담, 중국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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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베이징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시 주석은 “이 문제로 중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며 한국 측이 적절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책임 있는 태도’ 운운하던 지난 정상회담보다 발언 수위는 한결 누그러졌지만 사드 해결 없이 한중 관계는 다시 갈등에 빠질 수 있음을 에둘러 경고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가 됐다”고 했지만 시 주석도 과연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평행선은 이미 양국이 공동성명도 기자회견도 없이 공동발표문도 아닌 각자 언론발표문만 내기로 한 데서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정상외교에서 이견이 너무 큰 탓에 원론적인 합의문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함께 기자들 앞에 서지도 못할 정도라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한중 교류협력 정상화를 밝힌 10·31 협의문을 통해 사드 갈등은 ‘봉인’됐다고 강조했지만, 중국 정부는 봉인은커녕 관영매체들까지 동원해 봇물 쏟아내듯 ‘3불(사드 추가 도입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을 이행하라고 다그쳤다. 어제 시 주석의 ‘적절한 처리’ 요구도 앞으로 상황에 따라 사드 문제를 제기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어제 회담에서 전쟁 불용과 비핵화 견지, 북핵의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한 4가지 원칙에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이 줄곧 강조해 왔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구체적 해법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쌍중단(북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주장해 왔다. 대북 군사적 옵션까지 검토하는 미국의 압박정책 기조와는 사뭇 다르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다방면의 교류 협력과 평창 겨울올림픽 협력 강화에도 공감대를 이뤘지만 핵심 현안을 둘러싼 이견에 비춰보면 그 성과는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당장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은 외교적으로 현명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만 매달린 나머지 적지 않은 것을 잃었다. 사드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핵심 현안으로 남아 있다. 중국 측은 사드 보복 조치를 찔끔찔끔 거두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마저 키웠다. 외교는 앞뒤만 봐선 안 된다. 상하좌우 꼼꼼히 살피고 신중히 좌표를 정해야 한다. 외교의 성패는 끊임없이 변하는 정세에 대처하는 실용적 역량에 달렸다. 의욕만 앞서선 낭패 보기 십상이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이다. 조급증을 버리고 상호간 전략적 이해를 높이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드 문제#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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