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빈’ 초청해 놓고 무례 범한 중국은 文明國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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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베이징에 도착한 지 무려 29시간 55분 만이었다. 방문 첫날인 13일 문 대통령은 중국의 국가지도자급 인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난징대학살 80주년 기념식 참석차 베이징을 비웠고, 베이징에 있던 리커창 총리는 일상 업무를 보면서도 문 대통령이 참석한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상무부총리를 보냈다. 국빈 방문을 무색하게 하는 상대국 최고지도자에 대한 무례다.

14일 오전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협력 파트너십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 2명이 중국 측 경호원들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고 집단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권위주의 국가임을 감안해도 국빈 방문 중인 상대국 언론인을 폭행하는 것은 언론자유 침해를 넘어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대한민국 국민의 알권리를 대표해 취재 중인 기자들을 집단 폭행한 것은 대한민국을 폭행한 것과 다름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반한(反韓) 감정이나 한국을 얕잡아 보는 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 측의 국빈 방문 푸대접과 사상 초유의 기자 폭행 사건은 우연이나 우발적 행동으로 보기 힘들다. 13일 공항에서 문 대통령을 영접한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방중 때 영접한 상무 부부장(장관급)보다 2단계 낮은 차관보급이다. 더구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한 중국 측 입장을 대변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을 문 대통령 영접에 내보낸 중국 측 의도는 결코 선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초 잡혔던 문 대통령과 리 총리의 오늘 오찬을 뒤늦게 취소한 것도 치졸하다.

중국은 주변국 외교와 관련해 친선혜용(親善惠容·친밀 선린 혜택 포용)을 말하지만 이는 포장에 불과하다. 과거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중국몽을 내세우면서도 인류 보편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중국이 과연 문명국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한중 정상회담#한중 경제·무역협력 파트너십#중국 국빈 방문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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