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서남대, 내년 2월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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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18학년도 학생모집 정지… 부실대학 오명 못벗고 공중분해
학생들 특별 편입학 안돼 피해속출… 의대 정원 둘러싸고 진통 계속될 듯

전북 남원의 서남대가 내년 2월 28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교육부는 서남대에 대한 청문 절차 등을 거쳐 대학 폐쇄 명령과 2018학년도 학생 모집정지 명령을 했다고 13일 밝혔다. 학교법인 서남학원도 같은 날 해산하게 된다.

서남대는 설립 초기부터 설립자의 교비 횡령과 교직원 임금체불, 부실한 학사관리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 오다가 비리·부실 대학이라는 오명을 끝내 벗지 못하고 공중분해된다. ‘서남권 명문 종합대학’을 기치로 1991년 남원에 개교한 서남대는 1995년 의예과를 신설하고 2002년에는 충남 아산캠퍼스를 설립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저조한 신입생 충원율과 부실 운영으로 내홍을 겪다가 2012년 설립자인 이홍하 당시 이사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났다.

2014년 8월부터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지만 2015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아 퇴출 위기에 몰렸다. 임시이사회는 제3의 재정기여자 영입을 통한 학교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명지의료재단, 전주예수병원, 서울시립대, 한남대 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교육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학 인수에 나선 기업이나 대학, 의료법인들이 대부분 의대 유치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전북과 남원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대학 회생을 위해 제기한 다양한 방안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서남대가 폐쇄 명령을 받으면서 2000년대 들어 문을 닫았거나 내년 2월까지 닫을 대학(전문대 포함)은 15곳으로 늘어난다. 11곳은 폐쇄 명령을 받았고, 4곳은 자진 폐교했다. 앞서 10월에는 한중대와 대구외국어대에도 학교 폐쇄와 2018학년도 학생 모집 정지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서남대는 교육부 감사와 특별조사에서 설립자 이홍하 전 이사장이 교비 333억 원을 횡령한 사실 등이 적발됐다. 이후 교육부는 3차례에 걸쳐 시정명령과 폐쇄 계고를 했지만 서남대는 횡령액 등 333억 원 회수와 교직원 체불임금 보전 등 시정요구 일부를 이행하지 못했고 인수자 선정을 통한 정상화에도 실패했다.

교육부는 주요 재원인 등록금 수입이 계속 줄고 있고 학생 충원율도 낮아 교육을 위한 투자는 물론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학 폐쇄 배경을 설명했다. 폐교 명령에 따라 학부 재적생 1893명(재학생 1305명, 휴학생 588명)과 대학원생 138명은 전북과 충남지역 대학의 동일·유사 학과에 특별 편입학할 수 있게 된다. 모집 방식은 면접, 학점 등 대학별 자체 심사기준으로 선발하되 학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기시험은 치르지 않고 편입학 전형료도 받지 않는다.

교육계와 의료계의 관심이 높은 의대 정원(49명)의 경우 2019학년도 신입생 정원은 한시적으로 전북지역 대학에 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데다 전남지역에서도 의대 설립을 바라고 있어 서남대 의대 정원을 둘러싸고 상당 기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남대는 교수들이 11일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하면서 이미 결강과 휴강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이 무더기로 유급되고 다른 학교로의 특별 편입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부는 서남대 교직원들이 폐교에 반발해 기말고사·성적 처리를 하지 않고 기숙사가 문을 닫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재학생의 학습권을 위해 내년 2월까지 학사운영을 해달라고 서남대 측에 요청했다.

김철승 서남대 교수협의회장은 “학교 폐쇄는 비리 설립자의 배만 불리고 학생과 교직원은 길거리로 내모는 조치”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폐교되면 설립자가 횡령한 학생들의 등록금 333억 원이 탕감되고 1000억여 원의 막대한 교육재산은 설립자의 딸이 운영하는 신경학원에 귀속돼 합법적으로 부를 대물림하게 된다”며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감사원에도 폐쇄 명령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린 서남대정상화공동대책위원장은 “교육부는 학교를 정상화할 재정 기여자를 찾아오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실적 쌓기를 위해 폐교를 계속 추진해왔다”며 지역의 모든 시민과 기관, 단체가 힘을 모아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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