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추모식 노영민 대사가 직접 가라”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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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행사 예 갖춰야” 참석자 격 높여
中매체, 노영민 대사 모습 잇단 노출
日기자들 “2년전 톈안먼 외교 같아”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방중 첫날 스스로 난징대학살 관련 언급을 했을 뿐 아니라 노영민 주중 대사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난징대학살 80주기 국가추모식에 참석하게 해 한국 정부 차원의 추모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다.

관례에 따르면 노 대사는 이날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문 대통령을 맞아야 했지만 12일 밤 추모식이 열리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으로 이동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가는 게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며 노 대사에게 추모식 참석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원래 주상하이(上海) 총영사와 주베이징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참석하려 했으나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밤사이 급하게 참석자의 격(格)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국가적인 행사인데 우리도 뭔가 예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난징대학살 희생동포기념관에서 시작된 추모식을 생중계한 관영 중국중앙(CC)TV는 추모식에 참석한 노 대사의 모습을 2차례 화면에 노출시켰다. 노 대사는 이날 추모식에서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고 시 주석과의 면담도 없었다고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시 주석은 2014년 추모식 참석 때와는 달리 이날 직접 연설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추모식 뒤 난징대학살 생존자들을 만나 “역사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교훈으로 삼고 미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연설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은 중국인에게 거대한 재난을 안겨주고, 일본인에게 거대한 해를 입혔다”고 일본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중일 양국은 움직일 수 없는 이웃이고 중일 민간 교류 역사는 유구하다”며 “중국은 친성용혜(親誠容惠·친밀 성실 포용 혜택)의 이념과 선의로 이웃을 대하는 외교정책으로 일본을 포함한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 방중을 취재하는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른) 2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일본을 적시해서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북한 측은 추모식에 초청받았음에도 참석하지 않아 최악의 북-중 관계를 반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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