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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 요청에 세워 키운 자사고, 정부가 문 닫게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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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 요청에 세워 키운 자사고, 정부가 문 닫게 하느냐”

동아일보입력 2017-12-11 00:00수정 201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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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전북 상산고 설립자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이 6일 교육부에 보낸 A4용지 19쪽에 이르는 장문의 의견서를 어제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홍 이사장은 “2001년 김대중 정부 요청에 정부를 믿고 학교를 시작해 440억 원 넘게 들여 인재 키우기에 매진했는데 폐지하라고 한다”며 “이런 식으로 자사고를 죽이면 결국엔 학교의 힘이 아니라 사교육의 힘으로 형성된 ‘8학군’ 등이 다시 활개를 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국제고, 외국어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 실시가 골자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내일까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사고 등의 학생 우선 선발권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지원자 미달 사태를 초래해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자사고는 일반 사립고와 달리 정부 재정 보조를 한 푼도 받지 않기 때문에 미달 사태는 감당하기 힘든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현행 자사고의 뿌리인 자립형 사립고는 김영삼 정부에서 처음 제안해 김대중 정부에서 도입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사학들은 자사고 설립 운영에 사학(私學)의 재정 부담이 너무 커 설립을 외면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입학전형 시 학생을 일반고에 앞서 우선 선발하도록 하는 이점을 줘 설립을 유도했고 이에 일부 사학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자사고를 탄생시켰다. 홍 이사장이 고교 참고서 ‘수학의 정석’을 팔아 번 돈을 비롯해 지금까지 학교 법인 상산학원에 출연한 돈은 440억여 원에 이른다.

홍 이사장은 학생 우선 모집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믿고 15년간 상산고를 운영해왔다. 이제 와서 정부가 우선 선발권을 박탈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자사고에 지원해 떨어진 학생들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정원 미달 일반고에 강제 배정된다. 이는 자사고 지원 학생들의 일반고 선택권까지 뺏는 것으로 자사고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는데 백년대계는커녕 이십년계획도 못 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학이 인재를 키우겠다고 돈을 내놓겠나.

자사고 등이 존립 위기에 처해 문을 닫으면 자녀를 외국에 보내 교육시킬 수 있는 소수의 상류층에게만 수월성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자사고 등의 수월성 교육 기능을 학원이 대신하면서 사교육이 더 번창할 수도 있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한 교육이냐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수월성 교육을 유지하면서 교육 기회의 평등 이념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자사고 등의 존립 기반을 마련해 주면서 일반고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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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국제고#외국어고#일반고#전북 상산고#홍성대 이사장#초중등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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