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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권기범]인천은 빼고… 참사명칭 걱정 먼저 한 市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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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권기범]인천은 빼고… 참사명칭 걱정 먼저 한 市長

권기범기자 입력 2017-12-07 03:00수정 2017-12-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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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사회부
5일 오후 6시 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선착장. 낚싯배 전복 사고 후 사흘 동안 자리를 지켰던 천막 10여 동은 이날 실종자 2명을 찾아 모두 철수했다. 선주들이 돌아가며 지키던 선주(船主)협회 사무실 불도 꺼졌다. 영흥도의 표정은 사고 전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주민들의 속내는 달랐다. 여전히 무겁고 착잡했다. 선창1호 선장을 비롯해 희생자 상당수는 이곳 주민과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한 주민은 “사망자의 조카를 우연히 섬에서 봤다. 그런데 아직 삼촌이 어떻게 숨졌는지 잘 모르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고 당일 해상에서 3명의 시신을 수습한 어느 선장은 “현장에서 펑펑 울었다. 선착장으로 돌아와서도 술을 잔뜩 마셨다”고 털어놨다.


취재차 사흘간 머물렀던 영흥도를 떠나 인천해양경찰서로 가기 직전 취재에 도움을 준 A 선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개가 도착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국무총리 주재 화상회의(3일)에서 이번 사고의 이름을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로 통일해 달라고 건의했다는 뉴스 내용이었다. A 선장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시가 주민들이 겪는 충격과 아픔보다 이미지만 먼저 생각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이곳도 인천광역시이고 우리도 인천광역시민이다”라며 섭섭해했다.

인천시는 “일부러 ‘인천’ 명칭을 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관련 기관이 각기 다른 이름을 쓰면서 일어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 인천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라고 하지 않듯 섬 이름만으로도 지역이 잘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영흥도 일대를 지나는 선박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흥도’라는 지명을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선장의 서운함은 단순히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옹진군의회 소속 한 군의원은 “사고 재발 방지 대책과 지원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진 뒤 이름 변경을 거론했다면 주민들도 섭섭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두선착장의 낚싯배들은 겨울철 약 3개월 동안 휴식기를 가진다. 그러나 내년 봄이 왔을 때 과연 영흥도 앞바다를 향해 출항할 수 있을지 누구도 안심하지 못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영흥도#낚싯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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