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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1000여명에 약물 먹이고 소변 샘플 바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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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1000여명에 약물 먹이고 소변 샘플 바꿔치기

김재형기자 , 동정민특파원 입력 2017-12-07 03:00수정 2017-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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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64]러시아 ‘국가 개입 도핑 ’전말 “러시아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지난해 7월 18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리처드 매클래런 변호사의 첫 발표가 나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조사위원회를 이끈 그는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을 비롯해 전방위 국가 기관이 동원된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기정사실로 인정했다. 2014년 12월 독일 공영방송(ARD)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하면서 의혹이 제기된 이후 2년 만이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 전이었다.

이날 매클래런 변호사는 “러시아가 소치 겨울올림픽 등에서 국가 주도로 소변 샘플 바꿔치기를 하는 등 도핑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사건 조사 결과가 담긴 ‘매클래런 보고서’가 공개되고, 내부 고발자의 폭로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 자세한 내막이 드러났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도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는 1000여 명.

조사 결과 드러난 2014년 소치 올림픽 때의 도핑 수법은 첩보 영화를 연상케 한다. 먼저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와 FSB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깨끗한 오줌 샘플을 미리 받아 냉동 보관했다. 이후 스테로이드계 약물 3가지와 알코올을 섞은 일명 ‘칵테일’을 만들어 경기 직전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알코올에 약물이 더 잘 녹는 점을 이용해 시바스 등의 술을 이용했다.

러시아 당국은 여기서 바꿔치기를 통해 도핑 테스트를 벗어났다. 도핑 테스트를 하기 전날 밤, FSB 요원이 하수도 엔지니어로 위장해 소변 샘플을 보관하는 방과 도핑 검사요원들이 대기하는 방 사이의 벽에 구멍을 내고 미리 받아놓은 오줌 샘플과 약물에 오염된 샘플을 바꿔치기했다. 하지만 이 샘플들은 전용 개봉장치가 없으면 열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이를 어떻게 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RUSADA 산하 모스크바실험실 소장 출신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시인한 내용이다. 그는 매클래런의 발표가 있기 두 달 전 미국 언론을 통해 “직접 약물을 제작했다”고 밝힌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내부 고발자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는 “경기 전 금지약물과 술을 섞은 암호명 ‘귀부인’이란 칵테일을 제조해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오줌 샘플을 직접 바꿔치기했다”며 “사람들이 올림픽 승자를 축하하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소변을 바꿔치기하는 미친 짓을 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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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포츠계의 이런 검은 내막이 속속 드러나면서 러시아는 리우 올림픽 때 1차로 ‘출전 제재’를 당한다. 원래 참가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386명 중 육상과 역도 선수를 제외한 271명만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 이마저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애초에 러시아의 전면 출전 금지를 주장했던 WADA의 권고를 완화한 결정이었다.

이 대회 이후 IOC는 조사 강도를 높여 러시아를 더욱 압박했다. 데니스 오스발트 위원장이 이끄는 IOC 징계위원회는 이달 2일까지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25명을 징계했다. 지난 올림픽 성적(소치)과 향후 올림픽 출전권을 영구 박탈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소치에서 딴 메달 11개를 박탈당했다.

IOC의 징계가 내려질 때마다 러시아는 “서방 세계의 음모”라고 반발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올해 9월에는 미국을 포함해 17개국 반도핑기구가 IOC에 러시아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금지를 요구했다.

“나는 내 조국이 자랑스럽다. 중립기를 달고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러시아는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 난 6일 IOC 집행위원회에 피겨 스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를 앞세워 ‘호소 작전’까지 펼쳤지만 결국 ‘깨끗한 선수를 제외한 전면적 출전 금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러시아 도핑#소치 올림픽#ioc#러시아 올림픽 출전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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