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환자상태 공개 안하면 쇼 한다고 했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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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인권침해 비판에 격정토로
“석해균 선장 수술때도 음해 시달려… 빗발치는 총알 뚫고 온 나라가 이 꼴이라면 얼마나 허무하겠나”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간신히 도착한 나라가 이 꼴이라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22일 기자 브리핑에서 귀순 중 총상을 입은 오모 씨의 상태를 설명하기에 앞서 한국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와 자신을 둘러싼 음해를 두고 120분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응급의료 체계가 부실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어 나가는 곳이 과연 오 씨가 꿈꾼 국가이겠느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 모든 관심이 오 씨에게 집중돼 있지만 우리 센터에는 150명의 중증외상 환자가 입원해 있고 이 중 50명은 임시 병상에 누워 있다”며 “‘30분 내 이송’ 체계가 없어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죽는 환자는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 씨 몸에서 기생충을 발견한 사실을 공개한 뒤 일각에서 제기된 ‘인권 침해’ 논란에 강하게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의료진은 환자의 인권인 ‘생명 앞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변과 피가 튀는 수술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환자의 인권을 생각한다는 분들이 그런 정성의 100분의 1이라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를 불쌍하게 여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뒤 “위중하지 않은 환자를 데려다가 ‘쇼’를 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 당시 석 선장의 상태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석 선장의 몸에 난 총상과 수술 뒤 고름으로 붕대가 부풀어 오른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었다. 경쟁 병원 의사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에게 보낸 e메일도 공개했다. 이 e메일에는 “(이 교수가) 중증 환자도 아닌 석 선장을 데리고 와 멋진 쇼를 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석 선장 치료를) 과연 쇼라고 할 수 있느냐”며 “(오 씨의 상태를) 공개하지 않으면 6년 전과 같은 논란이 벌어질까 봐 상태를 일찍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이 교수가) 인격 테러를 저질렀다’고 비판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자 정보 공개는 의료법 위반이고 북한군의 총격 못지않은 범죄”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의원은 “이 교수를 공격한 걸로 된 것은 심각한 오해다. 존경하는 의사에게 무리한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국종#귀순병#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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