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 홍종학 중소벤처 장관, 1호 정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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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은 22일 국립대전현충원 참배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23일 열리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한 쟁점 토론으로 장관으로서의 첫 정책 입장도 밝힐 예정이다. 중기부와 여당이 입법을 준비 중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진입 및 확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기존에 민간의 자율적 합의를 유도했던 중기 적합업종보다 강도가 훨씬 세다.

이미 재계에서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홍 장관이 어떤 정책을 들고나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중기부가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를 의미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 장관은 8일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이케아 등이) 전문점으로 등록된 경우라도 실질 업태가 대형마트와 유사하면 의무 휴업 등 영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구업종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렀던 생활용품 업체 다이소와 신세계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도 규제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홍 장관은 취임식 이후 “혁신하는 재벌은 지원하겠지만 규모를 이용해 힘을 남용하는 재벌은 그러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나 납품단가 일방적 인하 등의 불공정행위는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기존 3배에서 10배까지 늘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는 상황에서 홍 장관 역시 청문회에서 “현행 제도는 기술 탈취로 얻은 이익에 비해 손해배상액이 적어 실효성이 미약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중소기업 손해액의 3∼10배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 장관은 본인이 무조건적인 반(反)대기업주의자로 비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날 취임사에서도 가장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이 기술혁신을 하고 대기업이 이를 제대로 된 가격에 인수합병(M&A)을 하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모두 혁신을 통해 상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게 중기부 내부의 설명이다.

일단 중소·벤처기업계는 홍 장관의 1호 정책이 혁신창업 대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2일 범정부 부처가 발표한 혁신창업 대책에서 주무를 맡은 중기부는 올해 안에 세부 정책을 만들어 내놔야 한다.

안건준 벤처협회 회장은 “신임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중기부는 과거 정부가 주도한 공급자 중심의 정책 수립과 집행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정책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정책 성과도 주도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홍종학#정책#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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