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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수술실엔 삶과 죽음뿐… 무승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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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수술실엔 삶과 죽음뿐… 무승부는 없다”

조건희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17-11-22 03:00수정 2017-11-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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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병 의식 회복]‘귀순병 살리기’ 피말렸던 일주일
21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귀순 병사를 치료 중인 이국종 교수가 다른 응급환자를 치료한 뒤 진료실을 빠른 걸음으로 나서고 있다. 수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눈은 충혈됐고 파란 수술복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환자를 돌보다 짬을 내 식당에 앉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48)은 “언제 집에 다녀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귀순 중 총상을 입은 북한군 오모 씨의 2차 수술을 마친 다음 날(16일)이었다. 수술에 방해가 되지 않게 테이프로 칭칭 감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숟가락을 놓고 일어났다. 다시 환자에게 돌아갈 시간이었다. 오 씨가 병원에 도착한 뒤부터 의식을 되찾기까지 일주일간 이 교수와 동료들은 ‘또 다른 전쟁’을 치렀다.

13일 오후 4시 14분, 이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가 실려 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40분 뒤 미군 항공의무후송팀 ‘더스트오프’의 헬기가 외상센터 앞마당에 내려앉았다. 이때만 해도 이 교수는 환자가 미군인 줄 알았다.

이 교수가 수술실로 들어간 것은 오후 5시 23분. 피로 흥건한 수술실 바닥에서 발걸음을 뗄 때마다 ‘찰박’ 소리가 났다. 혈액형을 검사할 시간이 없이 O형 혈액 4유닛(약 1.5L)을 수혈하고 복부를 열었다. 길이 27cm의 기생충이 발견된 것은 이때였다. 의료진 사이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부러진 오른쪽 골반까지 맞추고 첫 수술을 끝낸 것은 오후 11시 5분. 몸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지 못했지만 일단 환자의 숨을 붙여놓은 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다.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할 때도 상처 부위를 열었다가 덮기를 4차례 반복했다. 오 씨의 몸에서 총알을 꺼낸 건 15일 오전 9시 40분부터 시작된 2차 수술 때였다. 오 씨는 수술 사흘 뒤부터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수술방 안에는 삶과 죽음만 있다. 무승부는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왼쪽 눈의 망막혈관이 파열돼 실명 직전인 상태인데도 “환자를 포기할 수 없다”며 메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세상이 그를 응원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 씨의 몸에서 기생충을 발견한 사실을 공개하자 일각에서 “인격 테러”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적폐세력’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2012년엔 아주대병원이 권역외상센터 지정에서 탈락했다. 이 교수는 당시 경쟁 병원 의사들이 “이 교수가 쉽게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두고 쇼를 한다”는 내용이 담긴 e메일을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돌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를 좋아한다. 미식축구 감독 역할을 맡은 알 파치노는 마지막 게임을 3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인생은 1인치의 게임이고, 우리는 한 번에 1인치씩 끝까지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꿀 수 없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면 서서히 바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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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becom@donga.com·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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