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내면 가짜 친환경 인증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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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24건 적발 412명 입건

올 9월 경찰이 충남 서산시의 한 업체에서 확보한 마늘환 제품. 이 업체는 무농약 인증이 취소됐지만 인터넷에서 계속 인증을 붙인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대전 둔산경찰서 제공
올 9월 경찰이 충남 서산시의 한 업체에서 확보한 마늘환 제품. 이 업체는 무농약 인증이 취소됐지만 인터넷에서 계속 인증을 붙인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대전 둔산경찰서 제공
경찰이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전국에서 실시한 친환경 인증 비리 특별단속에서 불법행위 224건을 적발하고 412명을 입건했다. 단속 기간 65일 동안 산술적으로 하루 6, 7명이 적발될 만큼 친환경 인증 비리는 만연했다. 농가는 서류를 조작해 불법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고 인증기관은 인증 수수료에 눈이 멀어 심사와 사후관리를 방치해 유명무실한 친환경 마크가 남발되는 악순환 구조가 드러났다.

경찰청은 8∼10월 친환경 인증 비리 특별단속 결과 △인증 불법 취득 118명 △인증 부실 관리 18명 △인증 부정 사용 276명 등 412명을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친환경 인증 비리의 구조적 원인으로 전국에 64개가 난립한 민간 친환경 인증기관을 꼽았다. 이들 인증기관이 한정된 시장에서 수수료 경쟁에 빠져 서류 및 현장 심사와 인증 사후관리를 사실상 방치하고, 브로커와 결탁해 무분별하게 인증 농가 늘리기에만 몰두했다는 것이다.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5년 5월∼2016년 12월 브로커를 끼고 축산 농가 64곳을 모집해 불법으로 친환경 인증을 부여하고 건당 60만∼66만 원을 챙긴 인증기관 대표 채모 씨(48)를 구속했다. 농가컨설팅업체 소속 박모 씨(38) 등 브로커 2명이 친환경 인증을 신청할 농가를 모집해 오면 채 씨가 소속 인증심사원 도장을 무단으로 찍어 가짜 심사서류를 만들었다. 채 씨와 브로커들은 이런 식으로 받은 수수료 약 4000만 원을 절반씩 나눠 가졌다.

채 씨는 1년 동안 농가 사후관리를 해야 했지만 서류 심사 당시 브로커가 찍어둔 사진을 재탕해 허위로 서류를 꾸민 혐의도 받고 있다. 채 씨 인증기관은 소속 임원이 자기 농장을 친환경으로 인증하거나 친환경 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곳에 인증을 내주는 등의 부정행위를 3회 이상 저질러 인증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독성이 든 약품을 몰래 수입해 친환경 인증 농가에 팔아넘긴 농가와 수의사도 적발됐다. 양계업자 박모 씨(44)와 수의사 신모 씨(38)는 지난해 7월 여름철 진드기 박멸에 좋다며 닭 사료에 섞는 약품 1.8t을 중국에서 불법 수입해 친환경 인증농가 16곳에 판매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 씨와 거래한 농가들은 친환경 인증을 받고도 독성 약품을 섞은 사료를 닭에게 먹였다.

친환경 인증마크 관리도 유명무실했다. 업체들은 부정행위가 발각돼 인증이 취소됐는데도 공공연히 인증마크를 제품에 부착해 팔았다. 가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마크나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마크를 사용해 불법 제품을 판 업체도 다수 적발됐다. 경찰은 적법한 인증 없이 납품된 불량식품 281kg을 폐기처분하고 관할 기관에 농가와 인증기관 등에 대한 영업정지와 시정명령 등을 내리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 인증기관으로 지정되면 5년간 인증 권한을 보유할 수 있고 지정 취소돼도 3년이 지나면 다시 인증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는 현행 법을 시급히 고쳐야 구조적인 문제가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친환경 인증#비리#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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