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학자 “중국, 주저말고 한미와 北급변사태 논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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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지大 샤리핑 원장 ‘비상 대화’ 제안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하기 전날 중국 명문대 교수가 서울에서 열린 한국 정부 주최 국제포럼에서 북한 체제 붕괴 등 급변사태에 대비해 한미중 3국이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 학계 내부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례로 주목된다.

상하이(上海) 소재 퉁지(同濟)대 정치및국제관계학원 샤리핑(夏立平·사진) 원장은 16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7 동북아 협력포럼’에서 “중국은 더 이상 주저 말고 미국 한국과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이어 3국의 ‘비상 계획 대화’를 제안하면서 △북한 체제 붕괴 때 누가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할 것인가 △북한 난민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위기 시 북한의 질서 회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위기 후 한반도의 정치적 정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제재에 참여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비관론이 많다”며 “북한이 중국의 외교 노력을 무시하면서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사태의 비중과 상황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이제 중국은 주저 없이 미국 한국과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샤 교수는 이런 주제들은 중국으로서는 매우 골치 아픈 것이지만, 미중이 이와 관련해 대화와 협상을 벌이는 것은 양국 간 전략적 교착상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붕괴를 대비하며 미중이 소통을 강화하고 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북한에는 민감한 주장이다.

샤 교수는 이에 앞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도록 외교적, 경제적 유인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제안한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첫 번째 조치로 언급했다.

외교부와 세종연구소 등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지역 안보, 환경, 원자력 안전, 사이버 스페이스 등의 분야가 논의된 포럼에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천하이(陳海)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 나마즈 히로유키(博行)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 및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의 당국자도 참가했다.

북한과 특수 관계인 중국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북한 체제 붕괴 등 급변사태에 관한 공개적인 논의를 금기로 여겼다. 하지만 핵·미사일 개발로 국내의 대북한 여론이 점차 악화되고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 자산’이 아닌 ‘전략적 부채’로 인식되면서 학자들 사이에서는 점차 북한과의 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장은 9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평화적인 해결을 원하지만 제재로 인해 북한에서 경제적 동란과 권력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이 예방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사전에 준비해 관련국(한국과 미국)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쑨싱제(孫興杰) 지린(吉林)대 교수도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중 접경 지역에서 핵무기나 난민 위기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 4월에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때문에 외부 군사 공격을 받더라도 중국은 방어해 줄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북-중 양국이 1961년 7월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했지만 북한이 유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어기고 핵무기를 개발하면 이 조약에 따른 군사지원 의무도 없다는 논리였다.

상하이 군사 전문가 니러슝(倪樂雄)은 홍콩 언론 인터뷰에서 “미 지상군이 침공하면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이 NPT 조약을 어긴 것은 도와주지 않아도 될 강력한 이유”라고 말했다. 샤 교수도 이번 발표에서 “북한은 중국의 안보 이익과 지역 안정을 해치면서까지 핵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이에 따른 제재 강화와 급변 사태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쑹타오#시진핑#방북#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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