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별’이 된 그들… 시작은 東亞 신춘문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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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김동리 정비석 기형도 이문열 안도현 은희경… 당시 소감으로 본 대가들의 그때
이문열 “뜻밖에 과분한 知遇”
기형도 “門 열쇠 쥐여줘 감사”
안도현 “헤맴은 지금부터일 것”
은희경 “내면에 쌓인 말들이 많아”
전경린 “여성의 새 길 써보고 싶어”
조경란 “세상을 향해 한 발짝”

황순원 김동리 정비석 서정주 기형도 이문열 한수산 안도현 은희경 전경린….

‘한국 문학의 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는 것이다. 1923년 시작된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며 문단을 이끈 이들을 대거 발굴해 왔다. 작가들은 전통과 권위를 갖춘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는 게 무엇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입을 모은다.

대가들도 수줍게 포부를 밝힌 풋풋한 시절이 있었다. 1979년 신설된 중편소설 부문에 ‘새하곡’으로 당선된 이문열 소설가(69)는 당시 인터뷰에서 “작품을 다듬을 시간도 없어서 전혀 자신이 없었다. 가작 정도만 되더라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과분한 지우(知遇)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56)은 1984년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됐다는 소식에 환호하며 이렇게 다짐했다.

“당선되면 들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저곳 알려서 축축하게 술을 사겠노라고 큰소리를 치고 싶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몹쓸 열병으로 겨울 들판을 다시는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헤맴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시대를 한걸음 앞서간다는 평가는 받는다. 세기말 상실감에 가득 찬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한 기형도 시인(1960∼1989)을 1985년 시 ‘안개’로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선 인터뷰에서도 허무주의적 색채를 짙게 드러냈다.

“어둡고 길었던 습작 시절이 한꺼번에 내 의식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기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보인다.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의 열쇠를 쥐여줘 감사하다.”

1995년에는 중편 부문에 은희경의 ‘이중주’, 전경린의 ‘사막의 달’을 공동 당선시키며 여성 작가들의 돌풍을 예고했다. 당시 은희경 소설가(58)는 “출판사를 그만둔 후 쓴 소설이 바로 당선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은 그만큼 내면에 쌓여있던 말들이 많았던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경린 소설가(54)는 “닫힌 삶을 사는 여성들이 과감하게 새 길을 열어젖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밝혔다. 1996년 단편 ‘불란서 안경원’으로 당선된 조경란 소설가(48)는 “오감을 활짝 열어젖히고, 이 좁고 어두운 방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디뎌 보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발굴한 천운영 윤성희 박주영 김언수도 비중 있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신춘문예 작품은 12월 1일(금)까지 공모한다. 중편소설 당선작은 ‘동아 인산(仁山)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해 지난해보다 1000만 원이 늘어난 3000만 원을 수여한다. 국내 종합지의 신춘문예 상금 중 최고액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춘문예#황순원#이문열#기형도#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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