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은 특수활동비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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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을 ‘뇌물’로 간주해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 2명을 구속하고 이병호 전 원장을 어제 다시 조사했다. 특활비 불법 사용을 대표적인 적폐로 보고 이 잡듯 수사했다. 그런 검찰이 법무부에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특활비를 보내 논란을 빚고 있다. 법무부는 직접 수사를 할 순 없고 검찰에 대한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국정원-청와대의 특활비 ‘상납 구조’와 별 차이가 없다.

검찰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집 및 사건 수사’에만 써야 한다. 올해 특활비 약 170억 원 가운데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법무부로 갔다. 법무부의 해외 범죄자 송환 등 수사 관련 업무비도 특활비로 충당하지만 법무부 장관과 검찰국에서 주로 쓴다. 법무부는 예산 목적 내에서 사용하고 증빙자료도 남긴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검찰 내부에서 “관행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오는 이유는 대체 뭔가.

검찰 특활비는 2011년 4월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사장급 간부 45명에게 9800만 원을 건네 처음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올 5월 ‘돈 봉투 만찬’ 때도 특활비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국 간부 2명에게 100만 원씩,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사팀 검사 6명에게 70만∼100만 원씩 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 기강을 세우고 법 위반이 있는지 확인하라”며 감찰을 지시했고 두 사람은 결국 옷을 벗었다.

돈 봉투 만찬 감찰 결과 특활비가 쌈짓돈처럼 쓰였는데도 정작 특활비 문제는 흐지부지됐다. 법무부는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기밀성이 낮은 수사나 조사 업무는 증빙이 필요한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개선 방안을 마련했을 뿐이다. 수사비를 쌈짓돈처럼 써도 무방하다고 여겨온 법무·검찰 간부들의 인식과 조직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정원 특활비를 수사하는 검찰은 왜 야당 일각에서 “법무부도 같이 처벌해야 형평에 맞다”는 주장이 나오는지 돌아봐야 한다. ‘하명(下命) 수사기관’처럼 검찰이 과거 정권 비리만 집요하게 파헤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의 청와대 특활비 3억 원을 대통령 가족이 횡령한 의혹도 수사하라는 맞불성 촉구까지 나오는 판이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인 특활비의 제도 개선을 넘어 현미경을 들이대듯 무리하게 몰아가면 9년 보수정권 이전 노무현 김대중 정부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역대 법무부와 검찰은 특활비를 적법하게 사용했는가. 적어도 ‘제 얼굴 검댕은 못 보고 남 얼굴 검정만 꾸짖는다’는 소리는 안 나오게 해야 한다.
#국가정보원#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검찰 특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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