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 포기 없는 대화’ 거부한 트럼프식 북한 다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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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핵 해결 방안으로 ‘쌍중단(雙中斷·freeze for freeze)’은 수용할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아시아 순방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 주석이 핵보유국 북한은 중국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쌍중단(북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 해법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쌍중단은 가장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부인했다.

시 주석도 쌍중단은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는 주장은 중국 측의 부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외교의 성과를 내세우다 나온 과장된 해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이 쌍중단 해법에는 동의할 수 없고 차제에 북한의 핵 포기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도 마냥 쌍중단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핵 동결을 거쳐 폐기로 가자는 우리 정부의 단계적 해법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대화에 들어간다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협의할 수 있다”며 북핵 동결로 협상에 들어가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수용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가 빠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성명’을 예고하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백악관도 “순방 말미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히지도 않은 만큼 언제든 대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북한에 쌍중단 같은 헛된 기대는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유용한 압박 카드는 남겨두는 트럼프 대통령다운 북한 다루기 방식이다.

이런 이중적 접근은 최근의 미묘한 정세 변화와 맞물려 있다. 시 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오늘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포함해 북한 최고위층과 만난다. 쑹 특사는 유엔 결의의 충실한 이행과 경제적 압박조치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대북 원유 중단 같은 고강도 제재를 언급할 수도 있다. 김정은에게 선택의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제라도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영영 고립돼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식 북한 다루기#쌍중단#북핵#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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