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터진줄”… 이란-이라크 국경서 강진 6400여명 사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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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3… 최소 400명 사망
로이터 “이란서만 348명이상 참사”
아직 잔해에 깔린 사람들 많아… 최대 7만명 이재민 발생 전망도
부상자 치료할 병원들도 파손… 수천명 여진공포속 거리서 밤 새워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강력한 폭탄이 터진 줄로 알았죠. 하지만 밖으로 대피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지진이야’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사는 마지다 아미르 씨는 큰 진동을 느끼고 세 자녀와 함께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거리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겁에 질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13일 영국 BBC와 타스님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이란과 이라크 국경지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400여 명이 숨지고 6000명 이상 다쳤다. 올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이다. 이번 지진으로 최대 7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2일 오후 9시 18분께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와 이라크 북동부 쿠르드 자치지역 술라이마니야주의 국경지대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은 이라크 술라이마니야주 할라브자에서 남남서쪽으로 32km 지점, 깊이 23.2km로 관측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에서만 348명 이상이 사망하고 이라크에서도 최소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피해는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에 집중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국경에서 약 16km 떨어진 케르만샤주의 사르폴레자하브시에서만 최소 30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건물 밖에 임시 캠프를 설치한 이 마을의 이재민들은 여전히 여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케르만샤주에서는 지진 발생 3시간 뒤 규모 4.5의 여진이 이어졌다. 모즈타바 니케르다르 케르만샤 주지사는 “아직도 잔해에 깔린 사람들이 있다”며 “사상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술라이마니야주에서도 대부분의 건물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특히 주요 콘크리트 건물과 벽들이 무너져 내린 다르반디칸시에서는 4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르드 보건 당국 관계자는 “부상자를 치료할 병원 건물마저 심하게 훼손됐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술라이마니야주의 피해 파악과 복구를 위해 이 지역에 하루 임시휴일을 선포했다.

지진의 여파로 이란과 이라크 전역에서 전기가 끊기는 도시도 속출했다. 언제 다시 지진이 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수천 명의 주민들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와 공원에서 추운 밤을 지새웠다. 이번 지진은 터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전역에서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진 발생 직후 모든 당국자와 관계기관에 “최대한 빨리 피해지역에 대한 구조작업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아직 구조의 손길이 닿지 못한 지역이 많아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유라시아와 아나톨리아, 아라비아, 인도 등을 구성하는 지각판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위치에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빈발하는 지역이다. 이란 북부 카스피해 인근에서는 1990년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4만 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다쳤다. 순식간에 마을 2000개가 쑥대밭이 돼 50만 명이 집을 잃었다. 2003년에는 이란 남동부 밤시에서 규모 6.8의 지진으로 3만여 명이 숨졌고, 비교적 최근인 2012년에도 지진으로 300명이 사망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란#이라크#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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