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MB-朴정부 걸쳐 안보요직… 댓글공작-정치개입 의혹 오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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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이명박 ‘적폐청산’ 충돌]구속된 김관진의 영욕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육사 28기·사진)의 드라마틱한 영욕이 새삼 화제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군과 외교안보 최고 요직을 거쳤으나 댓글 사건으로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군 현역 서열 1위인 합참의장(대장)을 지낸 뒤 전역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청와대는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호상(虎相)의 지휘관’을 찾았고 그는 유력한 후보군을 제치고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장관에 기용되자마자 일선 부대를 찾아 “적이 도발하면 원점과 지원·지휘세력까지 격멸하라”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강렬한 눈빛과 단호한 말투로 대북 응징 의지를 강조하는 그에게 군 안팎에선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 국방당국도 ‘김관진 이펙트(effect·효과)’라는 용어로 그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장관 집무실에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북한군 수뇌부의 사진을 붙여놓고 각오를 다졌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박근혜 정부 초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연임된 뒤 2014년 6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까지 올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방장관’ ‘새 정부 출범 후 유임된 첫 국방장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반대로 북한에는 그야말로 ‘주적(主敵)’과 같은 존재였다. 북한 당국은 여러 차례 김 전 장관을 ‘친미악질대결분자’ ‘미친 승냥이’ ‘전쟁불망나니’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이 보낸 ‘김관진 암살조’의 국내 잠입설(2011년)과 밀가루가 동봉된 괴문서 배달(2013년) 등 그의 신변을 위협하는 사건들도 잇따랐다.

오점도 남겼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경질로 드러난 군 인사 잡음과 북한 무인기 사태, 사이버사 댓글 공작 의혹 등에 대한 미흡한 대처 때문이다. 한 사람이 지나치게 오래 군 안보 요직을 차지하면서 그에 대한 ‘균형과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 15년간 북한에 관한 모든 것을 갖고 있었던 사람을 이런 일(댓글 의혹 사건)로 구속하는 것은 김정은에 대한 선물이라며 크게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내에선 댓글 사건을 넘어 ‘국방 적폐’의 최정점에 김 전 장관이 있다며 손을 봐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재 김 전 장관은 영내 생활을 하듯이 구치소 규율과 규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며 담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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