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해외 미군기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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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가/데이비드 바인 지음/유강은 옮김/572쪽·3만 원·갈마바람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스 섬에서 미군이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무기 실험장에서 나온 포탄 잔해. 갈마바람 제공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스 섬에서 미군이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무기 실험장에서 나온 포탄 잔해. 갈마바람 제공
1950년대 말 미국 해군 관리들은 인도양 한가운데 영국령 차고스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섬에 새로운 미군 기지를 세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1968∼1973년 이 섬의 모든 토착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양 서부의 모리셔스섬과 세이셸섬으로 이주시켰다. 이주 지원금은 한 푼도 없었고, 이들은 이주한 섬에서 가장 가난한 빈민이 됐다.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가 끼치고 있는 폐해를 취재해 썼다.

이탈리아에서는 미군이 마피아와 연계됐다고 한다.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솔리니의 단속 표적이었던 마피아는 연합군의 시칠리아섬 공격을 도왔다. 상륙 뒤 연합군은 마피아 조직원을 시장으로 임명하는 등 마피아를 행정의 파트너로 사용했다. 나폴리 마피아는 연합국 군정청장을 등에 업고 세력을 확장했다. ‘카모라’라고 불리는 이 조직범죄 집단의 힘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배경에는 이탈리아에 대규모로 조성된 미군 기지와 휴양 시설 건설 사업이 있었다.

미국이 19세기 이래로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미군 기지를 통해 군사 개입을 했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재자나 반군을 지원했다는 익숙한 이야기도 책은 소개했다.

저자는 6년 동안 세계 60여 곳의 미군 기지를 찾아가 취재했다. 그는 “해외 미군 기지 이야기는 곧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연대기이며, 미군 기지로 인해 미국인은 ‘영구적인 군사 사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고 했다.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미군 기지는 비용도 많이 든다’는 대목에서는 미군 병력을 일부 축소하는 한편 첨단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하려는 미국 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과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뚜렷이 구별되는지 물음이 생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기지국가#데이비드 바인#유강은#미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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