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합병, 주주 손해로 단정못해”… 특검 주장 뒤집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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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유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문제가 없었다는 민사소송 판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형사재판 항소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죄의 주요 쟁점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19일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 1심 판결문 내용 일부를 인용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과 합병 비율 등의 절차를 정당한 것으로 판결했다.

○ “경영권 승계가 합병 유일한 목적 아니다”

재판부는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경영상 합목적성이 있었으므로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 측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본 특검과는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특검의 공소사실 요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을 독대해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부정한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삼성 측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가 없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미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민사 재판부 판단을 근거로 합병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가 아니었거나, 경영권 승계가 합병 목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낮았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죄의 핵심인 부정한 청탁의 전제가 무너지면서 이 부회장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 “합병 비율 불공정하지 않다”

이 부회장 형사재판에서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돼 국민연금공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을 노후 자금으로 받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민사 재판부는 “합병 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 비율이 다소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해도 이는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8월 7일 1심 형사재판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우리 서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욕심을 내겠느냐”며 결백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또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의결권 행사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거액의 투자손실을 감수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과 같은 배임적 요소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반면 특검은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으로 최소 1388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자체적인 투자 판단에 따라 삼성물산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보이고 합병과 관련한 의도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해 청와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압박을 넣었다는 특검 주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이에 특검 측 관계자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관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민사든 형사든 관련 사건 재판부는 다른 재판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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